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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낚시와 야생동물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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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낚시와 야생동물의 죽음

입력
2016.08.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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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바늘 제거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어린 괭이갈매기. 김영준 제공
낚시바늘 제거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어린 괭이갈매기. 김영준 제공

꺾일지 모르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온도는 조만간 다가올 가을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죠. 1994년의 더위와 맞먹을 정도라고 합니다. 1994년 여름에 뭘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니 국가고시 준비한다고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책 보던 기억이 납니다. 이놈의 더위는 대체 언제 가실려나…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슬슬 서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를 발맞춰 서해안에서는 주꾸미 낚시가 슬슬 시작되고 있네요. 낚시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인 취미생활이고 고가의 장비를 요구하지 않는, 상당히 문턱이 낮은 취미의 일종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낚시 인구가 8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절대 적은 수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다니던 낚시터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으나 요즘이야 그나마 훨씬 나아진 상황이죠. 이 또한 낚시인들의 노력도 한 몫 하였을 겝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미 생활의 끝에 우리가 살펴보지 못한 불편함이 남아 있습니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낚시터에 남겨진 낚시쓰레기가 그 원인이죠. 낚시를 하다 보면 낚시줄과 낚시바늘 등 낚시채비가 끊기면서 강 바닥에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또한 요즘에야 그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납으로 된 낚시추도 문제입니다.

낚시터는 물고기를 잡으려고만 만들어진 공간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낚시의 목적인 물고기도 서식하고 있지만, 이 물고기들을 둘러싼 수많은 야생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동물들의 위 속에서 발견된 낚시채비들. 김영준 제공
동물들의 위 속에서 발견된 낚시채비들. 김영준 제공

우연하게 버려진 이러한 낚시채비들은 야생동물들의 삶을 옥죄는 일로 매우 빈번하게 이어집니다. 낚시바늘에 꼽힌 물고기를 먹고서 자신도 바늘에 걸려버린 수많은 물새들, 자라와 같은 파충류들이 있습니다. 바늘의 특성상 한번 박히면 빠져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동물들은 거의 굶주려 죽게 됩니다. 잔인한 죽음이죠.

낚시줄이 날개와 다리에 감겨 신체 일부가 절단되어버린 동물들도 있습니다. 풀 수 없으니 잡아당기기만 하게 되고 결국 살을 파고들게 됩니다. 사람들이야 풀어내겠지만 이 또한 서서히 동물을 죽이는 셈이죠.

납추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미 2012년 9월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에 따라 납추를 금지시켰고 2013년 9월부터 전면 사용금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뿌려진 수많은 낚시추들은 여전히 오리와 기러기, 고니들이 서식하는 낚시터에 박혀있고 야생동물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납은 야생동물의 서식지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동물의 근위 안에서 제거해 낸 납탄 알갱이. 김영준 제공
동물의 근위 안에서 제거해 낸 납탄 알갱이. 김영준 제공

이런 납은 또 다른 경로로 야생에 뿌려지고 있죠. 바로 수렵입니다. 일반적인 수렵탄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산탄종입니다. 흩뿌려지는 총알이라고 하여 산탄이라고 합니다. 한발 안에는 8개에서 350개에 이르는 총알이 들어 있습니다. 수렵동물에게 많이 맞아야 10%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야생에 뿌려진다는 것이죠. 물론 야생 서식지에도 미량원소로서의 납은 존재하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분포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납탄을 새들은 먹잇돌로 착각하여 먹게 됩니다. 곡식 등을 갈아서 소화시켜야 하므로 일부 새들은 먹잇돌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납탄을 먹게 되면 소화장기에서 갈리게 되고 결국 납 중독이 발생합니다. 납탄이나 납추, 단 한 알만 먹어도 동물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 먹히게 됩니다.

납탄을 먹고 폐사한 큰고니. 김영준 제공
납탄을 먹고 폐사한 큰고니. 김영준 제공

물론 우리가 원하지 않은 야생동물을 죽이기 위해 납추를 뿌리지도 않았고 납탄을 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야생 서식지는 서서히 오염되어가고 있습니다. 납탄이 박힌 채 도망간 새들이나 고라니는 언젠가 죽게 되고, 이들을 잡아먹은 맹금류들은 다시 2차 납중독으로 피해를 입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지난 2004년 일본 북해도에서는 조례를 통해 사슴사냥에서 납탄 사용금지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국가에서 납탄 규제를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긍정적 이야기를 들리지 않습니다. 납탄과 낚시추, 낚시바늘의 문제 해결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 인간의 두뇌를 믿자면 대체탄환을 도입하고, 며칠 지나면 녹아 없어지는 낚시바늘을 개발하는 것도 그리 의미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취미가 다른 생명체의 의미 없는 죽음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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