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800배 넘는 수은 검출
포항시 뒤늦게 TF 구성 부산
폐수배출 위반업소 3곳 적발
‘수은재첩’이 잡혀 파문을 일으킨 경북 포항시 형산강 하구 퇴적물에서 기준치의 800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되는 등 중금속으로 범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산강 하구 일대에 대한 영구 어로금지와 폐수 배출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요구된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 형산강 하류 섬안큰다리 상·하류 4개 지점 퇴적물 시료를 채취,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기준치(0.11㎎/㎏)보다 수십~수백 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안큰다리 하류 0.1㎞ 지점은 97.5㎎/㎏이 나와 기준치의 800배를 넘었고 하류 0.6㎞ 지점은 8.7㎎/㎏으로 80배가 넘었다. 섬안큰다리 상류 1.4㎞와 0.15㎞ 지점에서도 9.6㎎/㎏과 9.4㎎/㎏이 각각 검출됐다.
수은이 기준의 800배나 나온 섬안큰다리 하류 0.1㎞지점은 납도 기준치(44㎎/㎏) 이상인 60.9㎎/㎏이 검출됐다. 섬안큰다리 상류 1.4㎞ 지점도 46.2㎎/㎏의 납이 나왔다. 형산강 섬안큰다리 일대에서는 이달 초 채취한 재첩에서 수은이 기준치(0.5㎎/㎏)보다 높은 0.7㎎/㎏와 0.9㎎/㎏이 각각 검출된 데 이어 수은 황어(0.6㎎/㎏ 검출)도 잡혔다.
그러나 포항시는 이번 퇴적물 조사 결과가 앞서 다른 2개 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선 ‘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과 너무 큰 차이가 남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환경과학원에 재검사를 요청했다.
이원권 포항시 복지환경국장은 “포항시에서 시료를 모아 검사기관에 전달하다 보니 잘못된 수집으로 중금속 오염 결과가 지나치게 높게 나온 것일 수 있어 재검사 때는 검사기관 2곳의 연구원들이 직접 채취해 분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산물에 이어 퇴적물까지 형산강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중금속 수치가 나오자 포항시의 뒷북행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말 첫 수은 재첩이 발생하고 한 달간 어패류 채취 금지 현수막 한 장만 게시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뒤늦게 수산물과 퇴적물 조사에 나서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는 이처럼 수산물과 퇴적물까지 잇따라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자 첫 발생 후 두 달이 지나서야 환경식품위생·형산강사업·수산진흥과·하수도 등 4개 부서 20명으로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형산강 일대 수은배출업소 36곳을 대상으로 단속한 결과 3곳에서 미신고 배출시설을 설치하는 등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포항철강공단 내 상당수 업체들이 여전히 불법으로 수은에 오염된 폐수를 방류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수은 검출 이후 시는 형산강에서 어패류 포획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나 어업면허권자가 아니면 수산업법 등 관련법 상 규제가 어렵고 계도만 가능해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정식 어업면허를 소지한 어업인은 강력하게 조업을 금지할 수 있지만 면허 없이 취미로 낚시 등을 하는 사람까지는 강제로 막을 수 없다”며 “대신 중금속 어패류에 대한 주민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매달 1회 수산물 안전성 검사와 형산강 하구 및 철강공단 내 관거 정비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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