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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한숨 짓는 아침

입력
2016.08.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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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이사할 집에 가 보았다. 어젯밤 목수가 와 있을 때 도배지와 들통을 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서던 부동산중개인 여자가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지금의 주인에게 매매해준 사람이기도 한데, 일찍이 신림동 일대의 재개발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이 그 밤에 남의 집 도배를 하러 다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날이 밝은 뒤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잠을 청했지만, 이십 년 가까이 만행을 봐온 지라 꽤 알고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머리가 어수선해 잠이 오지 않았다. 시커먼 곰팡이를 긁어내고 다시 도배하는 것은 이사할 때의 계약 조건이었고, 그녀는 그 계약서를 작성한 중개인이었다.

곰팡이가 핀 곳마다 누더기를 기운 듯이 다른 색깔의 도배지가 덧발라져 발라져 있었다. 마당에는 버리고 간 담배와 쓰레기가 있었고, 장판지엔 더러운 발자국이 무수히 찍혀 있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별을 그만큼 달았으면 통이나 좀 크게 살아라!” 하고 혼잣말을 했다. 만일 그 말을 크게 외쳤다면, 가까이 살고 있는 그녀는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동네에다 집을 사놓고 이익을 꿈꾸는 사람들, 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중개인 들은 왜 하나같이 그 모양일까. 이런 종류의 싸움엔 전의가 없는 나는 또 얄팍한 지갑을 들여다보며 아침부터 한숨짓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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