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4년을 품어 온 희망은 허탈감으로 돌변해 가슴을 짓눌렀다.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소진한 몸뚱어리가 한참을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 동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축 처진 어깨 위에 얹혀진 좌절과 실망, 메달로 향하는 길목에서 탈락한 자들에게 올림픽은 영광이라기보단 치유할 수 없는 상처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올림픽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곧바로 훌훌 털고 일어났다. 경기 다음날 또는 귀국길에 오르며 게시한 선수들의 SNS 메시지에서 패배의 아픔은 읽을 수 없었다. 눈물 대신 밝은 미소와 재치 있는 문구로 오히려 국민을 위로했고 새로운 각오도 다졌다. 자신을 추스르도록 도와준 응원과 격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2016 리우올림픽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선수는 총 204명, 그중 메달을 목에 건 23명을 제외한 선수 대부분이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어떤 메달리스트보다 용기 있게 다시 일어난 그들의 올림픽을 SNS를 통해 엿보았다.
①서효원 “초심으로 돌아가 더 노력할게요”
②남현희 “난 나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하려 한다”
③김수지 “더 나아진 여자배구 되도록 응원해 주세요”
④김성연 “마음 잘 추슬러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⑤손연재 “같이 울고 기뻐해 줘 정말 감사합니다”
⑥우상혁 “다음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⑦정유라 “Thank you, Rio”
⑧김지연 “언제나 밝은 모습 잃지 말자”
#넘치는_긍정에너지
사진과 함께 짧고 발랄한 문구로 속마음을 표현한 선수들의 게시물에선 아쉬움 대신 유쾌함이 묻어난다.
“유후! 끝났당!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한국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세용.” 김서영(여자 수영 예선 탈락)은 동료 안세현과 함께 오륜기 선글라스를 쓴 익살스런 사진을 올리며 다른 선수들을 응원했고 사격의 박해미(예선 탈락)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 사이클의 김옥철(도로 실격)은 이미 지난 11일 국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슬슬 트랙준비 #바디핏 #시차적응중 #몸만드는중”이라고 적었다.
그 밖에 많은 선수들이 SNS를 통해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일부 발췌한 사연들을 모았다.
“정말 간절했기에 최선을 다했기에 아직까지도 너무 아쉽고 실감이 나지 않지만 후회는 없다.” 류승우(남자 축구 8강 탈락)
“각자의 속상함은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위로가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박민수(남자 기계체조 예선 탈락)
“한국 가자. 같이 햄버거 먹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함상명-복싱 16강전 탈락, 김예지-조정 18위와 함께) 김동용(조정 17위)
“비인기종목이지만 너무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 대한민국 카누 선수들을 응원해 주세요.” 최민규(카누 9위)
“포기하지 않으니 기회가 왔고 기회를 잡으니 너무 멋진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마지막까지 파이팅입니다!!!” 이희솔(여자 역도 5위)
“6살 꼬마가 운동을 시작해서 항상 꿈만 꾸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이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후회 없이 다 한 것 같아서 후련합니다.” 양하은(여자 탁구 단체 8강 탈락)
“돌아간다. 미련도 아쉬움도 모두 놓고. 시간이 흘렀을 때 리우에서의 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런던이 그랬던 것처럼.” 신아람(여자 펜싱 에페 32강 탈락)
“슬퍼할 시간도 없다. 다음 목표를 위해 달리자.” 김연경(여자 배구 8강 탈락)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권수진 인턴기자(한양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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