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등 특정세력 독주 구도 벗고
다른 잠룡들도 입지 넓히는 구상
김종인ㆍ박지원 각각 양당서 주도
안철수도 “양극단 제외하고 뭉쳐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대선 경선 레이스의 판을 키우는 ‘대선 플랫폼’ 구상이 경쟁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잠룡들의 출마 기회를 넓히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양당 모두 특정 주자의 독주로 각각 ‘친문당’이나 ‘안철수당’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향후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불씨도 담고 있다.
더민주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대선 플랫폼 구상을 주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차기 주자 탐색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김 대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 당내 잠룡들과 꾸준히 접촉해 오면서 이들의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대선 플랫폼과 관련, 김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에선 “경제민주화나 양극화 해소, 개헌 등에 대해 신념이 있는 주자들을 중심으로 대선 경선의 판을 키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23일 “김 대표는 전대 이후 ‘도로 민주당’이나‘친문당’이 되어선 집권이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며 “비문 주자들의 활동공간을 확보해 문 전 대표와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를 통해 비문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문 전 대표로부터 경선 룰 등에서 통 큰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게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지대를 모색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당까지 정계개편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김 대표의 지원만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비문 후보가 등장하기 어렵고, 대선에 앞서 당적을 바꿀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친박계, 더민주의 친문계를 제외한 대선주자들을 한 데 모으는 ‘중간지대 플랫폼’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더민주에선 친문계가 득세할 것으로 전망되자, 입지가 좁아진 잠룡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선 흥행 효과를 노리고 영입을 통한 당의 파이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도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이어 더민주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국민의당에 와서 안철수 전 대표와 아름다운 경선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 안철수 전 대표도 기자들을 만나 “더 이상 양극단 중 한 쪽이 권력을 잡는다면 또다시 절반의 국민만 가지고 이 나라를 이끄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더민주 소속 지자체장에게 무리한 영입 제안을 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더민주 전대 이후 양당이 중간지대에 있는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경선 흥행을 위해 영입 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이 당을 넘나드는 게 쉽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정계개편 등도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