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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관리 능력이 국력이다

입력
2016.08.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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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장중구 교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장중구 교수

얼마 전 이런 글을 책에서 읽었다. “뭔가 좀 이상해. 공기도 깨끗하고, 물도 맑고, 다들 운동도 많이 하고, 먹는 건 전부 유기농으로 기른 건데 왜 서른을 넘기는 사람이 없지?” 선사시대 혈거인 두 사람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앉아 나누는 대화를 묘사한 만평이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수명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자연환경 훼손과 인공적인 위험이 증가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많았다. 80년대 들어서까지도 대다수 국민들이 연탄을 난방 및 취사용 연료로 사용했다. 때문에 겨울만 되면 오늘날 교통사고가 매일 뉴스거리가 되듯 거의 매일 연탄가스 중독 사망사고가 기사화 되곤 했다. 그러던 게 2013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전력사용량이 10.43㎽h에 달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140개 국가 가운데 상위 13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20배에 달하는 전력소비량이다.

이렇듯 발전설비 용량의 획기적인 증가는 한국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나 동시에 반대급부를 요구 받고 있다. 한국은 전력 다소비 국가임과 동시에 지난해 국민 1인당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UN에 제출했으며, 감축목표 37% 중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달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전력수요도 충족시키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줄여야 한다는데 있다. 지난해 총 발전량의 45%를 담당한 화력(기력)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31%를 담당한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신재생에너지 수준에 불과함에도 잠재적 위험을 이유로 신규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탈 원전 정책을 선택한 일부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 여건상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이나 화석연료 발전설비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설혹 가능하다 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가뜩이나 경쟁력 약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산업체들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생산전력의 약 53%가 산업부문에서 소비됐으며, 25%는 상업용으로 소비됐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의 높은 전력에너지 의존도를 보여준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탈 원전 정책을 채택한 독일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상의 선택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지만 불가피할 경우 위험 관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40년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해온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왜 국민들은 예전보다 더 불안을 느낄까?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며 문화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던 위험이 고개를 들고 마는 것을 근래 우리사회가 많이 경험했다. 비단 원전 문제만이 아니라 위험관리 능력이 곧 국가의 능력이다. 문명의 발달은 더 많은 위험을 사람들 가까이에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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