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11일께 폐막한 것으로 보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90살 생일상을 직접 챙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측의 갈등설을 일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장 전 주석 측 인사들을 잇따라 숙청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생일연 개최를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23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의 정통한 소식통 인용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의 생일(17일)을 며칠 앞두고 전ㆍ현직 지도자들의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 중 그의 거처를 방문해 생일축하연을 주재했다. 시 주석은 특히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대동했고 그의 건강을 기원하는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즉흥 축시를 지어 낭송하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은 시 주석 등에게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경제 형세에 대해 좋은 토론을 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일각에선 장 전 주석의 생일축하연 시기와 관련해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장 전 주석의 생일에 맞춰 베이다이허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찾아갔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쉰은 덧붙였다.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의 90살 생일축하연을 개최했다는 소식은 중국 공안당국이 장 전 주석의 팬클럽 ‘하스’(蛤絲ㆍ두꺼비클럽)의 생일 축하행사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에 뒤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안당국으로부터 생일파티 개최와 온라인에서의 관련 언급 금지를 통보받았다는 하스 관계자의 주장을 보도했고, 장 전 주석의 생일 당일에는 SNS상에서 장 전 주석의 생일을 축하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쇄도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의 생일 축하행사를 주관한 것을 두고 양측간 불화설과 현 체제에 대한 불만세력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베이다이허 회의를 전후해 랴오시룽(廖錫龍) 전 중앙군사위원 겸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 리지나이(李繼耐)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고위급 인사담당 주임 등 장 전 주석과 가까운 군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숙청됐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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