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과 20일 30대 조사수용방 수감 재소자 2명 사망
7.6㎡ 공간 집단 수용, 숨진 재소자 지병도…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 수감된 30대 재소자 2명이 잇달아 숨지자 교도소의 부실한 수감자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병이 있던 이들은 냉방기기 없는 7.6㎡의 좁은 공간에서 집단 수용돼 고열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재소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23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재소자 서모(39)씨가 지난 18일 오전 9시쯤 조사수용방에서 체온이 39.9도까지 오르고 경련 증상을 보여 인근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에 후송됐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패혈증과 열사병이 의심된다고 진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소 측은 서씨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부산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후 서씨는 가족들에 의해 경남 진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지난 20일 오전 숨졌다.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결과는 관상동맥 경화로 나타났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2~4주가 걸릴 전망이다.
서씨는 지체장애 3급, 뇌전증, 당뇨병 등의 지병이 있었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11시 20분쯤 배식문제로 재소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조사수용방에 수감됐고, 이상 증세를 보인 18일까지 10일 가량 머물렀다.
앞서 19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조사수용방에 수감 중인 이모(37)씨가 지난 19일 오전 6시 10분쯤 체온이 40도까지 올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약 3시간 뒤 숨진 것이다.
지난 22일 이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심장비대로 인한 관상동맥 폐쇄(급성심장사)로 1차 부검결과를 교도소 측에 전했다.
이씨는 이틀 전 다른 재소자와 싸움을 벌여 왼쪽 눈이 붓고 코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당일 교도소 측이 이씨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후송해 CT 촬영을 했지만 외상 이외 별도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이씨는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
숨진 재소자들은 공통적으로 지병이 있었고 조사수용방에 수감 중인 상태였다. 이로 인해 교도소의 응급의료체계와 조사수용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조사수용방은 규율 위반 재소자들이 징계를 받기 전 머무르는 별도의 장소로 최대 3명의 재소자가 7.6㎡의 좁은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선풍기 등 냉방기기는 없고 1인당 부채 1개와 생수가 주어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찬물 샤워는 할 수 있다.
적절한 응급조치 여부도 문제. 부산교도소에는 의료과장 등 전문의 2명과 공중보건의 1명 등 3명의 의사와 방사선과 의료인 1명, 간호사 10여명 등이 있다. 야간 당직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이며 간호사 5명, 간호조무사 4명, 응급구조사 2명 가운데 매일 1명씩 돌아가며 근무하는 방식이다. 전문의는 야간 상시 근무를 하지는 않는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응급후송을 선조치할 수 있고 의료과장과 공중보건의가 교도소 옆 관사에서 지내며 야간보고를 받는 등 응급의료체계에는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조사수용방의 다른 수용자는 멀쩡해서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혹서기 환자관리 등 추가적인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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