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제출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여야 대치로 표류하면서 국회 계류 기간이 1개월을 넘을 공산이 커졌다. 아예 폐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정부 추경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된 적은 종종 있어도, 폐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88번의 추경이 편성됐다. 올해가 89번째 추경이다. 6·25 전쟁이 있었던 1950년 한 해에만 4차례 추경이 편성되는 등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을 이유로 본예산에 더한 추경 예산이 투입됐다. 2000년대 들어 추경이 없었던 해는 2007년, 2010~2012년, 2014년 5개년 뿐이다.
시급한 재정 투입이라는 취지에 따라 추경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뒤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돼 왔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4조1,000억원)은 여야 합의로 3일 만에 통과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장기간 계류되는 일도 있었다. 2000년 저소득층 생계안정지원을 위해 정부가 2조4,000억원의 추경안을 마련해 6월29일 국회에 제출했지만, 최종 통과는 10월13일에야 이뤄졌다.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한 탓이었다.
2008년에도 추경안 통과는 힘겨웠다. 4조8,600억원의 추경안이 마련돼 6월20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광우병’ 논란 후폭풍으로 인한 국회 지각 출범, 야당의 반대 등으로 통과(9월18일)까지 91일이나 걸렸다. 만약 이번에 1개월을 넘어선다면 이때 이후 8년 만이고, 폐기 처리된다면 사상 처음이 된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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