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증인 없는 것은 청문회 아닌 상임위”
국회 현안 관련 발언 자제 모드 접고 작심 발언 쏟아내
우병우 수석 관련, “빨리 특검 넘기고 민생에 전념해야”
사드 배치, “정부의 졸속과 무능 그대로 드러내”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일명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추경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야 합의는) 형식상 ‘선(先) 추경, 후(後) 청문회’지만 사전에 증인 채택이 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 병행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해놓고 핵심 증인을 하나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필요한 증인을 내놓지 않고 해당 국무위원이나 상대한다면 그건 청문회가 아니라 상임위”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 동안 여야 협상 관련 민감한 이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왔던 정 의장은 이날 작심한 듯 ‘최종택(최경한 전 경제부총리ㆍ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ㆍ홍기택 전 KDB산업은행장)’ 세 사람의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선(先)추경, 후(後)청문회’는 정 의장이 여야 중재를 통해 이끌어 낸 합의안이다.
정 의장은 우병우 민정수석 파동과 관련, “개인사로 인해서 국정 전체가 표류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빨리 특검(특별검사)에 넘기고 민생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에 대통령과 정부, 정당이 전념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해 “제3 후보지를 가려면 예산이 상당히 들어가는데 그러면 정부 태도를 바꿀 것인가”라며 “정부라면 2차, 3차를 내다보고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한 치 앞도 못 내다보고 의사결정하는 졸속과 무능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북한과 관련해서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강조했다. 정 의장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함께 이를 위해 미ㆍ일ㆍ중ㆍ러 4개국 의회를 상대로 한 의회 외교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방중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에 대해서는 “젊은 초선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의 돈으로 그런 노력을 한 것은 오히려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9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어 충격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5(음식접대비 상한액)ㆍ10(선물)ㆍ10(경조사비)만원’안을 제안했다. 차기 대권주자 후보 및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여든 야든 유력 정당은 대선후보군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며 “경쟁 과정을 통해 검증이 돼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런 개연성은 얼마든 있기 때문에 특정인이 꼭 아니라도 후보될 가능성을 절대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정쟁으로 인해 국회가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 국회의 모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는 무쟁점 민생법안이 발목 잡히지 않고 제때 통과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사회는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사회다. 누군가는 국민을 대신해 나라를 경영하고 또 그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라면 전문가나 관료에게 일임하여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만 현실에서 해결을 요하는 많은 문제들은 가치중립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견이 있고 저항이 따르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고리로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온 사회를 갈라놓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뉴노멀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성장과 분배의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 문제의 핵심고리가 바로 청년문제 해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간 추경과 법인세 문제로 논란이 있지만 청년문제 해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의장은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를 위한 ‘국회의원 표결정보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의원 평가는 주로 출석률과 입법발의 실적과 같은 정량적 평가에 많이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출석여부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얼마나 성실히 참여했는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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