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지원국과 관계 그만” 비판
EU가입 반대 등 압박에 등돌려
터키가 오스트리아 빈 주재 대사를 소환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터키와 오스트리아 간 첨예화했던 외교갈등이 이번 소환 조치로 표면화하면서 양국관계가 파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교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터키와 오스트리아 간) 향후 관계 재검토를 위해 오스트리아 빈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차부숄루 장관은 이어 “오스트리아가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서로 간 정상적인 관계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마당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터키는 이번 소환 조치의 배경으로 오스트리아가 수도인 빈 등에서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지하는 집회를 허용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터키에서 분리독립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PKK는 이달 17일에도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터키 보안군 14명이 사망하는 등 지난해 터키정부와 평화협상이 결렬된 이후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차부숄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도 빈에서 PKK와 그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도록 허용한 것을 우리는 주의 깊게 지켜봤다”며 “이는 정직함 혹은 성실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터키의 이번 소환 조치는 양국 간 지속돼오던 근본적인 외교갈등에서 비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이후 대대적 숙청 작업을 벌이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독재의 길을 가기 위해 독일 나치처럼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 터키정부의 분노를 샀다. 앞서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터키 EU 가입 협상은 현재 소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한스 페터 도스코칠 오스트리아 국방장관은 “독재 국가가 EU에 들어올 자리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는 이에 “오스트리아는 급진 인종차별의 수도”라고 맞받아치며 설전을 벌였다.
특히 오스트리아 빈 공항의 방송 전광판에 ‘터키가 15세 미만 어린이와의 성관계를 허용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양국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터키 정부는 사실과 다른 뉴스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이날 터키 주재 오스트리아 부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터키 정부는 오스트리아와의 양자관계와 관련한 추가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며 “조치 내용에 따라 양국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