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훈/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폐막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당초 목표로 했던 10-10(금메달 10개 종합 10위)에 금메달 1개(금 9ㆍ은 3ㆍ동 9 합계 21)가 모자랐지만 종합 8위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12명의 메달리스트들에게서 제일 먼저 나온 "죄송하다"는 말이다. 메달리스트뿐이 아니다. 올림픽을 위해 4년간이나 죽을 고생을 한 대다수 한국 선수들이 경기 결과가 안 좋을 때마다 하는 말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죄송하다' '아쉽다' 등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딴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 종목에서는 특정 선수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는 무차별적 마녀사냥의 행태도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자 배구의 박정아(23ㆍIBK기업은행)는 8강전 탈락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쏟아지는 비난에 못 이겨 계정을 폐쇄해야 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물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자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메달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메달을 딴 이대훈(24ㆍ한국가스공사)과 연신 "할 수 있다"를 되뇌며 기적의 역전 금메달을 일군 박상영(21ㆍ한국체대)이 좋은 본보기를 제시했다. 이들의 즐기는 모습은 많은 귀감이 됐다. 이대훈은 8강전 패배 뒤 미소를 머금으며 상대 선수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는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언급했다. 박상영은 "패배 직전의 순간 욕심을 내려놓고 올림픽 무대를 즐기자고 했던 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복싱에 출전한 함상명(21ㆍ용인대)은 16강전에서 장 지아웨이(27ㆍ중국)에게 패한 뒤 링을 내려오며 관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그는 "이기려고 왔는데 졌다"면서도 "큰 무대에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여자 육상선수 애비 디아고스티노(미국)와 니키 햄블린(뉴질랜드)가 한국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는 강렬했다. 육상 경기 도중 뒤엉켜 넘어진 경쟁 선수를 일으켜 세워 끝까지 완주한 이들은 전 세계인에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페어플레이위원회(CIFP)는 "올림픽에서 승리나 메달, 기록 경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포츠맨십"이라며 "두 선수는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일각에서는 척박한 환경의 대한민국에서 1등 주의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세계와 싸워 이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겠느냐고 한다. 이 논리를 스포츠에도 고스란히 적용한다. 1등을 중요시해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올림픽이 그렇다.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한 이들이 흘린 땀방울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 선수단 모두가 리우에서 수고했고 잘 싸웠다.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세계인의 축제를 같이 즐기는 마음가짐 즉 사회적 관점이 달리질 필요가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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