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시공능력평가(시평순위)가 도입된 후 30대 건설업체 중 70%에 해당하는 22개 업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업체는 8개사에 불과하다. 반세기 동안 10대 건설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도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2개사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962년부터 '연도별 시평순위(前 도급한도액)'에서 지금껏 30위권내 상위랭킹에 올라 있는 업체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등 3개사다. 3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극동건설, 삼환기업, 동아건설, 삼부토건, 풍림산업 등은 생존해 있다. 1962년 도급한도액 기준 10대 업체 순위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부토건, 동아건설산업, 신흥건설산업, 연합건설산업, 풍전산업, 경일기업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평순위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대부분 이름이 바뀌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2개사만이 50년 동안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건설업 부흥의 시기도 있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업체가 늘면서 건설업계가 부침을 겪었다"면서 "앞으로도 시평 순위 변화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연초 대형 상위 건설사들의 화두는 예측불허의 위기 시장에서 생존하기였다. 각 사의 CEO들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실경영'과 '수익성 강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 기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을 동반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지속적인 체질개선과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올해 수익확보를 통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경영의 역점을 두겠다고 했으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 선제적 대응체제 구축을 다짐했다.
전문가들도 불확실한 대내외 사업환경이 국내 건설업 성장에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해외 역량 강화에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은 저금리 등 정부정책에 의해 팽창된 것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수주전략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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