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차기 권력지형 주도권 다툼
金 “탄핵 주도 주장은 허위 사실”
秋 “헛소리 발언, 걱정 마시길”
친문 지원 받는 秋 겨냥
金 ‘非文 구심점’ 염두 견제구
27일 당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하게 꼽히는 추미애 의원 간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내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벌어질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주류와 비문(非文)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설전의 포문은 김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전날 퇴임 기념 기자단 오찬에서 “세상 변하는 걸 모르고 헛소리 하는 사람이 많아서 답답하다. 특히 정체성 소리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노동자 강령 개정 문제를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시킨 당권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추 의원을 콕 집어 “추미애 같은 사람은 내가 탄핵을 적극 주도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탄핵 끝나고 민주당 간 사람이다”며 “내가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하면 저 사람은 당 대표고 뭐고 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6월 말 추 의원이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김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찬성 여론을 주도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김 대표는 그간 사석에서 “없는 말을 지어내선 안 된다”며 추 의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오다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에 질세라 추 의원도 22일 한 라디오에 나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크게 걱정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허위사실 혐의로 고발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추 의원 측은 “있는 사실 그대로 말했던 것이다”고 말을 아끼며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내 권력 지형을 둘러싼 알력 다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문 주류 세력의 지원을 받는 추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친문 세력이 독주할 경우를 대비해 김 대표가 선제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최근 더민주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면서 다른 대선주자들을 띄우고 있는 것도 퇴임 후 비문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잇따라 만났던 김 대표는 지난 13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비공개 만찬회동을 가졌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 주자군 전체를 아우르는 모양새다. 야권 관계자는 “친문 주류가 당권을 잡고, 김 전 대표가 견제 역할을 하면 사실상 당 대표가 두 명이 되는 그림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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