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8주간 5조원 유입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영향도
삼성전자 하락 땐 코스피 흔들
환율도 대외 불확실성 높여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위태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각국의 돈 풀기 정책으로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이 최근 지수를 떠받치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원화 강세, 삼성전자 독주 등 언제든 코스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잠복 요인들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아서다.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증권가의 예상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4.08포인트(0.68%) 떨어진 2,042.16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고치를 재차 경신한 19일(2,056.24)보다 하락했지만 올해 첫 증권시장 개장일(1월 4일ㆍ1,918.76)보단 6.43% 상승한 수치다.
최근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다. 무엇보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선진국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8주 동안(이달 19일 기준) 서유럽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은 353억8,800만 달러(약 40조원). 같은 기간 신흥국 증시에 135억9,500만 달러(약 15조3,00억원)가 흘러 들었고, 한국 증시에는 46억7,200만 달러(약 5조2,600억원)가 유입됐다. 한국ㆍ인도ㆍ대만 등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증시 중 대만(76억6,200만 달러)에 이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난 8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양호한 성장 전망까지 겹쳐지면서 우리 증시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동시에 한계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주당 167만5,000원까지 치솟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총의 무려 20.29%(우선주 포함)를 차지했다. 작년 8월(15%대)보다 한층 무게감이 커졌다. 외국인ㆍ기관 투자자들이 자칫 삼성전자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코스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주(15~19일) 삼성전자가 끌어올린 코스피 지수는 28.9포인트나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삼성전자의 최고치 경신에도 불구, 코스피 시장에서 하락한 종목 비율은 10개 당 2개에서 4개로 늘었다”며 “대장주가 주도하는 시장왜곡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 불확실성도 코스피의 앞날을 제약하는 부분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9원 오른 1,126.5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1,170원대였던 연초보단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주의 실적둔화는 향후 증시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체력보단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주요 인사들의 말 한마디마다 주가가 널뛰는 모습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 17일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제기되자 0.2% 하락했던 코스피는 인상 기대감을 모호하게 만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된 18일엔 0.57% 올랐다. 이날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미국의 물가상승 속도가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21일ㆍ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는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시장도 코스피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폭의 조정기를 거쳐 9월부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오는 26일 연설을 기점으로 글로벌 투자금의 신흥국 쏠림이 줄어들고, 코스피 역시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을 점쳤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좁은 박스권 장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