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엘리트층 이반… 방심 못 할 상황”
레짐 체인지까지 염두 수위 가장 높아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북한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 훈련인 2016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시작한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올해 들어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북한의 균열과 체제 동요’를 공개 경고한 이날 발언은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김정은 정권의 붕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의 망명과 관련, “북한 정권이 주민의 삶은 도외시한 채 지속적인 공포 통치로 주민을 억압하고 있다”며 “그래서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하거나 외국으로 망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등 돌린 지도층의 분열로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어느 때보다 무게를 실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의 길을 가고 있고, 핵심 엘리트층마저 이반하는 지금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국면전환용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자멸하고 말 것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도록 하겠다”는 경고도 재차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 유지의 보루라 여기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붕괴(레짐 체인지)가 북한 비핵화를 이룰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정부의 조심스러운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제안을 생략한 채, 북한 간부와 주민을 호명하며 통일 시대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해 북한 붕괴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았다. 우 수석을 표적으로 한 청와대 흔들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는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등의 언급으로 안보 위기를 부각시켰다. 이는 우 수석을 놓고 갈라진 보수 진영과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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