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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노브레인 동영상'이 왜 떴을까

입력
2016.08.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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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이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의미로 선보인 퍼포먼스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브레인이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의미로 선보인 퍼포먼스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이 15년 전 공연 영상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하루였다. 해당 영상은 노브레인이 2001년 8월 세계 최대 음악 축제 중 하나인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에서 공연하던 도중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의미로 욱일기(전범기)를 찢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영상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실언과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의 역사의식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네티즌에 의해 재발굴됐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안중근 의사의 서거 장소를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이라 잘못 말해 빈축을 샀고, 티파니는 광복절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공연 소감과 함께 욱일기 디자인이 들어간 ‘Tokyo(도쿄)’ 글자 로고를 올려 비난 받았다. 결국 청와대는 연설 내용의 오류를 정정했고, 티파니는 사과문을 올린 뒤 출연 중이던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해야 했다.

15년 전 영상에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관객들에게 “아이들이 배워야 할 (역사)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는 미리 준비해 놓은 욱일기를 가져와 입으로 찢어버린다. 욱일기엔 한자로 ‘역사 교과서 왜곡’이라고 쓰여 있다. 이후 노브레인은 “F**** Japanese Imperialism(일본제국주의 엿 먹어라)”이라고 외친 뒤 록 버전으로 편곡한 애국가와 자작곡 ‘청년 폭도 맹진가’를 불렀다. 노브레인의 1집 앨범에 실린 ‘청년 폭도 맹진가’는 독립군 진군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노래로 청년들의 날 선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욱일기 훼손은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2001년 당시에도 이 공연은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렀다. 한편에서는 속이 후련하다며 격려와 응원을 보냈고, 반대편에선 노브레인의 역사의식은 지지하나 한 나라의 상징물을 찢는 행동은 위험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이성우는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 왜곡 행위에 경고하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며 “공연장에 있던 대다수의 일본 젊은이도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노브레인은 일장기가 아닌 욱일기를 찢었다는 점과 일본이 아닌 일본제국주의를 향해 “F*** Japanese Imperialism”이라 외친 점을 짚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퍼포먼스가 겨냥한 대상이 일본 자체가 아니라 일본의 극우세력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공연은 노브레인과 그들의 음악 인생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일대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노브레인의 욱일기 훼손 퍼포먼스가 15년 만에 재조명된 후 노브레인이 현재까지 일본 공연을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SNS상에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브레인은 2006년 1월에도 일본 후지 ‘뉴 이어 록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노브레인의 공연 영상을 다시 접한 네티즌들은 역사의식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다”(pin****), “노브레인 같은 용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한국 연예인이라면 전범기의 의미는 알았으면 한다”(env***), “나치 표지는 못쓰게 하면서 전범기 쓰게 놔두고 집단 자위권까지 주는 미국을 욕해야지요”(dall****) 등의 게시물이 이날 SNS에 올라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2001년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에서 욱일기 훼손 퍼포먼스를 펼친 노브레인. 공연 영상 캡처
2001년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에서 욱일기 훼손 퍼포먼스를 펼친 노브레인. 공연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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