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이 든 돈봉투를 훔쳤다가 법원에 봉투를 놓고 달아난 50대 도배장이에게 법원이 선처를 베풀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흥주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가 절도범 신세가 된 건 도배 작업 중 우연히 거액의 돈 봉투를 발견하면서다. 그는 올해 6월 4일 서울 광진구의 A씨 집에서 도배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에어컨 위에 있던 돈 봉투를 보게 됐다. 봉투 안에는 4억1,000만원 상당 수표와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70대 집주인이 아내에게 주기 위해 수 년간 모은 돈을 미처 치우지 않고 둔 것이었다.
평생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은 김씨였지만 워낙 거액이라 쉽사리 유혹을 떨칠 수 없었다. 순간적인 욕심을 억누르지 못한 그는 얼떨결에 봉투를 가방에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귀가 뒤 정신이 퍼뜩 든 김씨는 그제서야 후회했지만 훔친 돈을 돌려줄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돈 봉투를 반환해도 범죄자 처지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틀 뒤 인근 법원에 봉투를 놓고 오기로 결심했다. 그는 봉투 겉면에 A씨 집주소와 ‘봉투를 전해 달라’는 글귀를 적어 넣은 뒤 동부지법 청사 로비에 던지고 달아났고, 비슷한 시각 법원을 찾은 한 은행원이 봉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한 상태였다. 죄를 씻으려 했던 김씨는 얼마 못 가 절도범으로 경찰에 붙잡혀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김씨의 범행을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도 돈을 반환한 점을 감안해 형 집행을 2년간 미뤘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절취한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절도죄나 재산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도 없다”며 “또 2개월 구금 기간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져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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