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섬 문화 브랜드 세계화 추진
전문인력 양성 예술학교 설립도
관광안내판 제주어 병기 의무화
제주도가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듣고 폐지했던 세계섬문화축제를 17년 만에 부활시킨다. 또 내년부터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관광 안내판 등에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제주를 동아시아 지중해의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를 ‘동아지중해(East Asia-mediterranean-sea)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6가지 중점 문화예술 정책을 발표했다. 동국대 윤명철 교수가 주창한 동아지중해는 ‘동아시아의 지중해’의 줄임말로, 중국 대륙과 한반도, 일본 열도 등으로 둘러싸인 제주도 주변 해역을 이른다.
주요 정책을 보면 도는 우선 2018년 제3회 ‘제주 세계 섬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세계섬문화축제는 세계 각국의 섬 주민들이 참가해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펼치고, 그 지역의 문화를 선보이는 축제로 1998년 처음 개최했다. 하지만 운영 미숙 등으로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오명만 남긴 채 3년 뒤인 2001년 제2회 축제를 끝으로 중단됐다. 당시 두 차례 축제에 투입된 예산만 200억원이 넘었다.
도는 과거 민속공연 위주의 축제에서 벗어나 세계 섬들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즐기는 국제문화축제로 육성할 방침이다. 도민과 축제전문가를 중심으로 범도민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축제 시기, 축제 방법, 축제 내용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CLG) 사무국을 중심으로 세계 섬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도는 또 문화예술의 섬 조성사업을 이끌어 갈 전문예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8년까지 제주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종합학교(4년제)와 아카데미(2년제)를 유치하거나 설립할 방침이다. 제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영재학교도 운영한다.
도는 제주인의 정신과 제주문화 정체성이 담겨 있지만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소멸 위기를 맞은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정책도 마련키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발간하는 문화ㆍ관광 관련 각종 안내 책자와 관광지 안내판 등의 제주어 표기를 내년부터 의무화하고,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 등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도는 또 문화예술분야를 담당할 조직도 재정비한다. 현재 제주영상위원회, 아시아 CGI 창조센터, 제주테크노파크 등 문화예술 관련 유사 기능을 통합한 문화콘텐츠진흥원을 내년 상반기에 설립키로 했다. 또 문화예술 및 문화재 전문 직렬을 신설하고, 문화예술진흥원장과 민속자연사박물관장 등에 대해 개방형 직위(4급 이상)를 도입할 예정이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자생적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관광진흥기금 지원 대상에 문화시설 융자확대 및 창작활동도 추가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원희룡 지사는 “세계섬문화축제를 빨리 부활하지 않으면 중국 하이난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에게 세계 섬문화 브랜드를 빼앗길 수 있다”며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없는 상황에서 제주 세계 섬문화 축제를 제주도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국제문화축제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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