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남미 대륙에서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전 17일 간의 드라마를 마감했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마라카낭에서 타올랐던 성화가 꺼지면서 지구촌은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재회를 기약하고 작별의 정을 나눴다.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은 개막식처럼 자연과 생명, 인류의 역사를 삼바 리듬에 녹여냈다. 이날 폐막식은 100여 년 전 회중시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최초로 손목시계를 찬 것으로 유명한 브라질 발명가 아우베르투 산투스두몽의 분장한 배우가 등장해 시계를 들여다보며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무대 위에 리우의 아름다운 경치가 재현된 뒤 브라질 삼바의 전설로 불리는 마르티뉴 다 시우바의 공연이 시작됐다. 이어 브라질의 국가가 연주됐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206개 국가 선수단과 난민 대표가 국기 앞세우고 나란히 경기장에 입장했다. 국가별로 줄지어 입장하는 개막식과 달리 자유롭게 진행된 가운데 남북한 기수가 함께 입장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기수인 김현우(28ㆍ삼성생명)와 북한 기수 윤원철(27)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함께 입장해 각도에 따라서는 나란히 입장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함께 기념촬영을 했고, 중계카메라를 보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축제의 마지막을 즐겼다. 폐막식에서 상영된 2분짜리 대회 하이라이트에는 여자 배구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이 공격 성공 후 환호하는 모습과 여자 양궁 장혜진(29ㆍLH)이 시상식 도중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왔다. 대회기간?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34) 위원은 이날 다른 3명의 선수위원과 함께 전세계에 인사했다. 유승민 위원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웃으며 두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했고, 자원봉사자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삼바 리듬에 기초한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보인 DJ 미카 무티 등 흥겨운 공연이 끝난 뒤엔 무대 위에선 다시 한 번 환경보호의 메시지가 펼쳐졌다. 브라질 북동부 세하 다 카피바라의 선사시대 유적을 소재로 한 공연에 이어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내용의 시가 낭송됐다. 브라질의 민속음악인 바이앙에 맞춰 진흙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상징한 무용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폐막식에선 남자 마라톤의 시상식도 다시 거행됐다. 결승선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를 향한 비판 메시지를 담은? ‘X’ 세리머니를 한 페이사 릴레사도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받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폐회 연설이 끝난 뒤에는 브라질 최고의 카니발 연출자들이 화려한 삼바 축제가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재현됐다. 리우시의 공식 노래인 ‘기적의 도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삼바 무용수들이 경기장을 삼바 축제의 장으로 바꿨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 대회 조직위원회는 8분짜리 공연과 함께 4년 뒤 펼쳐질 지구인의 축제를 예고했다. 바흐 위원장이 에두아르두 파에스 리우 시장으로부터 대회기를 받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넘기자 경기장엔 도쿄로 세계인을 초대하는 홍보물이 상영됐다.
성화가 꺼진 뒤 무대 한가운데에는 12명의 ‘카니발의 여왕’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탑이 세워졌고, 화려한 불꽃놀이로 폐막식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9개로 9위에 오른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10-10’ 목표는 무산됐다. 미국이 금메달 46개, 은메달 37개, 동메달 38개로 2회 연속 세계 스포츠 최강국임을 확인했다. 육상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3회 연속 3관왕에 오른 우사인 볼트(30ㆍ자메이카)는 리우에서 전설이 됐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는 5관왕에 오른 뒤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펠프스는 통산 28개(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메달을 수확하고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리우=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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