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디아 고, 박인비, 펑샨샨(왼쪽부터 순서대로)/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여자골프는 '동양인 천하'로 끝이 났다.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라운드가 끝난 후 시상대 맨 꼭대기에는 박인비(28ㆍ금메달)가, 양 옆에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ㆍ은메달)와 중국의 펑샨샨(27ㆍ동메달)이 올랐다. 4위도 재일동포 노무라 하루(24)의 차지였다. 10위 이내엔 동양 선수가 6명이나 포함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는 동양인이 7명이나 포진해 있다. 한국 선수는 5위 박인비, 6위 김세영(23ㆍ미래에셋), 8위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9위 양희영(27ㆍPNS), 10위 장하나(24ㆍBC카드) 총 5명에 이른다. 세계여자골프의 주류로 아시아가 우뚝 선 모양새다.
동양 선수들이 세계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골프와 관련한 남다른 교육열을 들 수 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 펑샨샨은 모두 '골프 대디'의 영향을 받았다. 박인비는 10살 때인 1998년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13세 때 미국으로 가 선수를 목표로 훈련했다.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는 어린 시절 아버지 고길홍(54) 씨와 훈련하며 골프 실력을 키웠다. 리디아 고는 아버지와 주로 4개의 파3홀에서 훈련하며 매일 360개의 샷을 날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간 그는 최적의 환경인 뉴질랜드 골프장에서 스파르타 훈련을 받으며 정상급 선수가 됐다. 펑샨샨도 10살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에 발을 내디뎠다. 그가 태어난 광저우는 중국에서 골프가 가장 활성화된 곳 중 하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를 취재하면서 만난 한 관계자는 "10억 원 정도 투자하면 제2의 박세리, 박인비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엔 우스갯소리로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뼈있는 농담이었다. '골프 대디'에 이끌려 골프채를 잡은 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국내 골프계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여자골프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하게 됐다"는 것과 "비시즌 하루 평균 8~12시간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다. 부모의 성화, 경제적 지원, 남다른 훈련량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쟁쟁한 선수들이 거쳐온 길이다.
손재주 기질도 입에 오르내린다. 골프다이제스트 칼럼니스트 톰 캘러헌은 과거 한국 등 동양권 국가 선수들이 양궁, 골프와 같은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느질, 젓가락질 등을 잘하는 손재주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과 힘에서 밀리지만, '정교함'과 '멘탈'에서 강점을 보인다. 특히 여자 선수들이 그렇다. 멘탈의 경우 경쟁적인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란 한국여자골퍼들은 승부욕 등 멘탈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펑샨샨도 과거 "내 목표는 박인비다"고 할 만큼 경쟁의식이 남다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성은 근면하면서도 강한 승부욕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동양 선수들이 유독 펄펄 나는 이유 중 하나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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