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유권자 끌어안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일부 불법 이민자의 합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비전은 전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히스패닉 대표단과의 면담에 참석했던 이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측에서 “시민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건을 갖춘) 불법 이민자가 추방에 대한 공포 없이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이런 방안을 유세장에서 직접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유니비전은 덧붙였다.
트럼프가 실제로 일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허용 방안을 발표한다면 이는 트럼프의 정책 중 가장 큰 방향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동안 약 1,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심지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까지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트럼프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막말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하며 막말을 동력으로 삼았던 지금까지의 선거운동을 전환할 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유세 중 “여러 이슈에 대해 얘기하다가 때로는 올바른 단어를 고르지 않거나 잘못된 말들을 할 때가 있다”며 “개인적인 아픔을 유발한 발언들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가 전국단위는 물론 주요 경합주 지지율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뒤쳐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히스패닉계를 포함한 소수자들을 끌어안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히스패닉은 지난해 전체 인구 가운데 17.6%를 차지하며 13.3%인 흑인을 앞서고 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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