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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이프] 감성을 채우다... 자동차, 연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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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이프] 감성을 채우다... 자동차, 연인이 되다

입력
2016.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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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뉴 E클래스는 64가지 색상의 실내 무드등을 제공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E클래스는 64가지 색상의 실내 무드등을 제공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롤스로이스는 1,340개 광섬유 램프를 이용해 차량 천장에 고객의 별자리 모양을 제작해준다.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는 1,340개 광섬유 램프를 이용해 차량 천장에 고객의 별자리 모양을 제작해준다. 롤스로이스 제공

과거 자동차 광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마력’(말 한 마리가 끄는 힘으로,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이었다. 누가 얼마나 힘이 세고 잘 나가는 지가 곧 차량의 가치와 직결됐고, 자동차 구매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러나 매년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성능보단 운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섬세한 장치에 더 큰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쉽게 운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게 ‘웰컴 라이트’다. 운전자가 자동차에 다가서는 순간부터 반려견이 주인을 알아보듯 반갑게 맞아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차에 다가서면 접혀 있던 사이드 미러가 펴진 뒤 사이드 미러 밑에 설치된 램프를 통해 제네시스라는 영문 글자와 로고가 바닥에 나타난다. 불빛을 통해 운전자는 안전하게 차량 주변을 살펴보며 탑승할 수 있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BMW의 뉴 미니 클럽맨 등도 이 같은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차량에 탑승한 뒤에는 분위기 있는 실내등으로 탑승자를 매혹시킨다. 지난 6월 7년 만에 완전변경모델로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는 64가지 색상을 갖춘 실내 무드등 ‘앰비언트 라이트’를 탑재했다. 이전 모델에서는 3가지 색상만을 제공했다. 승차감 못지 않게 상황에 맞는 실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를 더한 것이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전력 소모가 낮고 와이드스크린, 중앙 수납공간(센터콘솔), 앞뒷문 수납공간, 발밑 등 곳곳에 설치돼 있어 어두운 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롤스로이스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는 아예 밤하늘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차량 천장에 1,340개 광섬유 램프로 고객 별자리를 그대로 장식,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묘한 색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QM3는 지난달 프랑스의 유명 휴양 도시인 칸느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칸느 블루’ 색상을 500대 한정으로 출시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QM3에 추가한 소닉 레드와 쇼콜라 브라운 등은 종전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색상이었지만 출시 이후 전체 판매 비중의 30%를 넘어설 만큼 고객들 반응이 좋다.

고급 음향 시스템은 도로 위 자동차를 바퀴 달린 콘서트홀로 바꿔 주며 탑승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캐딜락의 신차 CT6는 업계 최대 수준인 34개의 스피커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는 마이바흐 S600에 탑재된 24개보다 10개나 많은 것으로, 50년 전통의 보스 파나레이에서 CT6를 위해 직접 제작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문, 바닥 등 차량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음질로 탑승자들에게 폭넓은 음역대를 선사한다.

감성적인 엔진음으로 운전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기능도 나왔다. 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르노삼성의 SM6는 동급 최초로 맞춤형 엔진음을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 시 스피커를 통해 스포츠카 특유의 경쾌한 엔진음을 들려줘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은은한 향기로 탑승자의 후각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차량도 있다. BMW의 뉴 7시리즈는 신선한 물과 푸른 초목 등 4가지 테마를 가진 8가지 향기를 제공하는 ‘앰비언트 에어 패키지’를 갖췄다. 조수석 수납 공간(글로브 박스)안에서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를 끼우듯 향기 카트리지를 끼운 뒤 버튼을 누르면 싱그러운 향이 실내에 퍼진다.

볼보자동차의 SUV 올 뉴 XC90은 실내 인테리어로 운전자와 탑승자의 촉감을 만족시켜 준다. 볼보의 고향인 스웨덴 서부 해안에서 자란 자작나무를 사용해 만든 실내 원목 장식은 독특한 무늬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근 포르쉐 911 카레라 모델도 마호가니 색상의 우드 트림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 더 뉴 모하비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나파 가죽으로 안락함을 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른 차에선 경험할 수 없는 감각적 요소는 소비자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감성 품질을 앞세운 차별화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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