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는 ‘한여름 밤의 밥심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쌀의 날(8월18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 입니다. 농식품부는 이날 쌀과 관련된 사진과 시 등의 작품을 전시해 놓고, 쌀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참가자에게는 컵밥과 시원한 쌀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벤트를 통해 쌀 가공식품 꾸러미 등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쌀’로 점철된 이벤트였죠. 지난 3월14일 진행된 ‘백설기 데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농식품부가 ‘00 날’까지 지정하며 쌀 이벤트에 열을 올린 이유는 최근 쌀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수급계획상 재고량은 116만3,000톤이지만, 이미 5월 기준 실제 재고량이 174만4,000톤으로 수급계획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정부는 늘어나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작년 말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2018년까지 정부 쌀 재고량을 8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요. 3년 동안 재고량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하는 거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식품부의 재고량 털기는 ’00 날’ 외에도 공모전, 특별 할인판매 등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모전은 쌀 요리 맛집을 추천하는 ‘米(미)’s Korea를 찾아라!’(7월)와 쌀로 만든 디저트를 개발하는 ‘쌀의 맛있는 기적, 미(米)라클’(6월) 등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두 차례 시행했습니다. 쌀로 만든 가공식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세트 특별 할인판매’(7월), ‘2016 쌀 가공식품대전’(5월) 등도 연달아 진행했습니다.
줄어든 쌀 소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식습관 개선’에도 나섰습니다. 지난해부터 초·중등학교를 중심으로 실시한 쌀 중심 식습관 교육이 대표적입니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이를 유치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생산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쌀 대신 밭 작물 육성에 힘쓰는 ‘밭 식량산업 중장기 발전대책’(7월)도 마련했습니다.
정부의 분투가 눈물겹긴 하지만, 문제는 이런 수박 겉핥기 식 방법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농가들은 쌀이 과잉 생산돼 재고가 수북이 쌓여도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쌀 수확기 평균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최대 85%까지 정부가 보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때 목표가격은 3년에 한 번씩 국회에서 결정하는데,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때문인지 매년 떨어지는 쌀값과는 반대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목표가격이 시장 상황에 맞게 설정될 수 있도록 가격결정권을 아예 시장에 맡기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생산·재고량은 언제고 다시 급증할 것”(사공용 서강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농식품부가 다양한 이벤트와 더불어 쌀 재고의 근본적인 문제에도 메스를 들이대길 기대해 봅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