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고 싶다’ 등 부적절 언행
피해 사실 알리고 부대 옮겼지만
부대장인 대령에 또 성희롱 당해
국가인권위에 진정… 조사 착수
현역 육군 장성이 민간인 여성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피해자가 군인들의 성폭력 고충 처리를 맡은 전문상담관이어서 군대 내 성윤리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군 성고충 전문상담관 A씨는 최근 육군 B사령관(중장)과 C대령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및 직장 내 성희롱 혐의로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성고충 상담 업무를 시작한 A씨는 그 해 말 자신이 근무하던 강원도의 한 군단 부대장으로 B중장이 부임한 이후 지난해 초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B중장이 교회에서 예배 후 어깨를 주무르거나 집무실로 불러 “자연인으로 돌아가 당신과 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수시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B중장은 현재 육군 직할 부대장으로 일하고 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3월 부대 인사참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전출을 요청했고 그 해 7월 경기 지역 한 보병연대의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A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해당 부대장인 C대령으로부터 또 다시 성희롱을 당한 것이다. C대령은 올해 3월 식사 자리에서 A씨가 상담한 병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난 여자를 만나러 왔지 일하러 오지 않았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부대를 옮기고 나서도 성희롱에 시달린 A씨는 지난달 말 육군본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내사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오자 국방부 검찰단과 인권위에 잇따라 진정을 냈다. A씨 측은 “B중장은 군단 전체 여군을 상대로 성교육을 하면서 ‘성희롱 예방책으로 결혼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가해자 가족을 생각하면 지휘관으로서 처벌하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의 진정을 대리한 이선경 변호사는 “군 최고위급 장성이 그릇된 성 의식을 드러내고 군에서 성폭력 피해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상담관이 되레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씨의 문제제기에 C대령은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B중장 측은 본보와 통화에서 “어깨를 주무르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이 접수된 만큼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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