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서클’ 못 들고 겉도는 ‘승포검’… 변호사시장 불황에 눈치 보며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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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서클’ 못 들고 겉도는 ‘승포검’… 변호사시장 불황에 눈치 보며 버티기

입력
2016.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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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엘리트가 檢 요직 독점

“학연ㆍ지연 없인 성공 어려워”

고위직일수록 개업 때 유리

“승진이 富로 연결 구조적 문제”

영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는 이른바 ‘잘 나가는’ 검사의 코스인 대검 중수부에 가기 위해 큰 사건에 집착한다. 그를 지배하는 것은 결국 ‘인사에 대한 욕망’이다. 쇼박스 제공

승포검: 승진 포기 검사. 비슷한 말로 출포검 즉 출세 포기 검사가 있다.

고위 검사들의 강남 3구 밀집 현상이 두드러지는 한편으로는 ‘이너서클’에 끼지 못한 승포검 대열이 있다. 부자와 엘리트 검사들 틈바구니에서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얼어붙은 변호사시장에 발을 내디딜 여력조차 없어 그저 묵묵히 눈치만 보며 일하는 검사들이다.

승포검이라는 신조어는 검찰에서도 학연ㆍ지연 없이는 더 이상 성공이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승진과 주요 보직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기수는 물론 출신 학교와 지역 등이 자주 거론되고, 변변한 배경이 없는 검사들은 주류에 들기 어렵다는 체념이 검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검찰 중간간부 승진에 밀려 개업한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와 동문이거나 동네 주민인 검사들은 출퇴근 길에 차를 태워주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모임 등에서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아 사실상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끌어주는 사람 없는 검사는 이른바 성골ㆍ진골검사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소수 엘리트들이 요직을 독점하는 검찰 인사의 구조적 문제는 이 같은 체념을 심화시킨다. 두각을 나타내는 소수의 검사들은 특별수사나 기획업무를 맡으며 지방에서 근무하는 대신 서울과 수도권을 오간다. 특수부와 기획ㆍ공안 출신 검사장은 많지만, 대다수의 검사들이 일하는 형사부에서는 검사장이 적게 배출된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대검찰청 청사. 지난달 29일 대검 감찰본부는 진경준(구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해임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달 8일 진 검사장에 대한 해임을 확정했다. 오대근 기자

최근 부장검사뿐만 아니라 부부장검사 승진인사도 적체가 심해지면서 소신을 감추는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말을 안 듣는 부장에게는 알아서 나가라는 암묵적인 압력이 들어온다”면서 “승진하려면 침묵하는 게 상책이다. 과거 뜻있고 고집 있는 검사들이 할 말은 하고 지방으로 인사가 나더라도 ‘어딜 가나 영전’이라고 말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푸념했다.

변호사시장에 불어 닥친 불황도 검사들을 위축시킨다. 10년 전만 해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검사들 사이에선 ‘안 되면 개업하겠다’는 기류가 있었지만, 요즘은 개업의 부담이 적지 않다. 한 해에 50억~100억원을 벌어들인 것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이야기일 뿐, 부장검사 이하 검사들은 변호사 개업을 해도 검사 때 소득에서 크게 나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승진이 다시 부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홍만표ㆍ최유정 변호사처럼 고위직을 지낸 뒤 개업할수록 부를 쌓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검사장까지 되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며 “승진이 나중에 부와 연결되는 시스템을 타파하기 위해 차관급인 검사장 이상 고위직들은 변호사개업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로서 명예롭게 봉직하다 마칠 사람은 검사장 승진을 위해 조직에 남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부장검사까지만 하고 개업하도록 하면 현재의 승진 관행이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 치고 권력욕이 없는 사람은 드물 텐데 여러 상황과 여건 때문에 (승포검) 트렌드가 생긴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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