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기억교실, 안산교육청 이전
‘잊지 않겠다’ 유가족 등 다짐 행렬
세월호 미수습 학생ㆍ교사 6명 유품
학교 교실 별도 보관 방안 협의 중
“기억하겠다면서, 잊지 않겠다면서 왜 자꾸 어두운 구석으로 구겨 넣으려는 걸까요.”
20일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교실)에서 아들의 유품이 든 상자를 옮기던 한 어머니가 오열했다. 상자에는 아들이 생전에 쓰던 책과 노트 등이 담겼다. 아들의 학창시절을 담은 가로 30㎝, 세로 50㎝의 상자는 가벼웠으나, 그나마 아들의 자리라고 위안을 얻던 학교를 떠나는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수학여행을 떠났다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희생학생들이 정든 교정을 떠났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4개월여, 858일 만이다.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됐다. 단원고 옆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3,835㎡) 규모의 ‘4ㆍ16 안전교육시설’이 2018년 9월쯤 완공되면 다시 옮겨져 영구 보존된다.
기억교실 임시 이전 작업은 21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첫날 1∼10반 교실ㆍ교무실의 개인 유품, 책상, 의자, 교탁 등이 옮겨졌고 21일 칠판, 게시판, TV, 사물함 등이 이송됐다. 교실에 붙은 메모나 칠판에 쓰인 글귀 등은 참사 직후 단원고 학생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쏟아진 생존 기원과 위로, 격려, 부채감, 분노까지 모두 담고 있는 역사적 사료다.
이전 작업은 20일 낮 12시쯤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3층 2학년1반 교실의 희생자 유품상자를 1층 로비로 옮기고 개신교ㆍ천도교ㆍ불교ㆍ원불교 등 4개 종단이 종교의례를 하며 시작됐다. 유가족과 지인, 자원봉사자 등 256명은 흰색 모자를 쓰고 팔에는 노제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풍경 팔찌를 차고 줄지어 유품상자를 옮겼다. 256명은 단원고 희생자 262명 가운데 수습되지 않은 학생 4명과 교사 2명을 제외하고 사망이 공식 확인된 희생자 숫자다.
유가족의 탄식 속에 대열이 움직이자 교복을 입은 단원고 1∼3학년 학생 20여명이 도열해 배웅했다. 교정을 빠져 나온 유가족 등은 1.3㎞ 떨어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다짐 행렬’을 했다. 예술인 20여명이 북과 징을 치며 앞장섰고 책ㆍ걸상 등을 실은 4.5톤 무진동 트럭이 100m 가량 뒤를 이었다. 행렬 곳곳에서 아무 글귀가 적히지 않은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깃발을 든 예술인들은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미해결 세월호를 의미한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교육청 별관 1층에 1~4반, 2층을 5~10반과 교무실로 구성한다. 안산교육청으로 옮겨진 학생 책상 358개, 의자 363개, 키 높이 책상 26개, 교무실 의자 11개, 교실교탁 10개, 교무실 책상 12개 등으로 기억교실과 똑같이 꾸민 뒤 10월 중순 공개할 예정이다.
단원고는 이전하지 않은 실종자 유품은 학교에 남겨 교실 한 칸에서 별도 보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빈 교실은 리모델링을 거쳐 학습 공간으로 다시 활용한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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