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감찰관 檢 수사력 분산
禹·李 어느 쪽에 무게 둘 지 관심
감찰 내용 유출 사실 언론 보도
‘禹 배후설’ 확인 땐 또다른 파장
사정(司正) 기관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과 그를 감찰한 특별감찰관이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검찰이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감찰 대상이었던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혹에 맞춰져 있던 수사의 초점이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로 분산되면서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와 닮은 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22, 23일 중 수사팀을 배당,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우 수석에 대해서는 직권을 남용해 아들의 의경 보직 배치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쓰는 등 횡령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이 특별감찰관은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해 감찰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수사팀 배당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는 것에서 검찰의 고심이 엿보이는데, 특히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강경한 기조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가 접수된 이튿날인 19일 입장을 내고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이고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 내용이 특정 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국면 전환은 2014년 ‘비선 실세’로 꼽힌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문건 사태와 닮은 점이 많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보고서’ 등 대통령기록물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청와대측이 고소하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를 벌였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돼 문건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문건 유출과정에 대한 수사도 별도로 특수2부에 배당돼 투트랙으로 확대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서 내용은 찌라시이고,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언급한 것이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도 된 듯, 40여일 수사 끝에 문건 내용은 근거 없는 풍문을 종합한 것으로 결론 났고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 전 경정만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작품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 때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김수남 현 검찰총장이다.
다만 감찰 내용 유출에 대한 수사가 우 수석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통화해 감찰 내용을 이야기한 과정이 수사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이 사실이 MBC의 보도로 알려진 배후에 우 수석에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우 수석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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