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퇴진론 확산될지 주목
이정현 대표는 나흘째 침묵
野 “해외토픽감 나라 망신” 질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가 우 수석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지 나흘 째인 21일에도 그의 거취에 관해 침묵을 유지하며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을 임기 후반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는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중국 방문을 위해 민생투어를 잠시 중단하고 상경한 20일 기자들과 만나 ‘우병우 수석 파문’과 관련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며 공개적으로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 사정기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그 자리에 있어서 되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에 이어 김 전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여당 내 ‘우병우 퇴진론’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번 사안을 ‘정권 흔들기’로 규정한 청와대가 우 수석 비위를 조사한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국기 문란’으로 공격할 정도로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개별 의원은 드문 편이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에 “우 수석이 너무 일도 잘하고 무죄라고 생각해 사퇴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 직무정지는 시켜야 한다”며 절충론을 제시한 정도가 전부다. 당 대변인 논평에도 우 수석 관련 얘기는 한 마디도 담기지 않았다.
반면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빈대 잡으려다 그나마 남은 초가삼간마저 태워버리는 우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며 “우 수석을 즉시 해임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받도록 청와대가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는데도 아직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현재 상황이야말로 국기문란”이라며 질타했다. 그는 이어 “특별감찰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었고 이 감찰관은 새누리당이 추천하고 우 수석이 검증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사”라며 “청와대가 국기문란 운운하며 이 감찰관을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임명한 특별감찰관과 민정수석을 검찰이 동시에 수사한다면 그 인사를 하신 대통령은 어떻게 되느냐”며 “해외토픽에 나올 나라 망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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