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상당 남편 재산 노린 듯
내연남과 짜고 치사량의 니코틴을 먹여 남편을 숨지게 한 부인과 그 내연남이 경찰에 구속됐다. 니코틴 원액이 살인 범죄에 이용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송모(47)씨와 송씨의 내연남 황모(46)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송씨는 황씨와 짜고 지난 4월22일 오후 11시쯤 남편 오모(53)씨에게 수면유도제인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을 몰래 섞여 먹여 숨지게 한 혐의다. 조사결과 송씨는 지난 2월 혼인 신고한 남편 오씨 소유의 아파트 2채와 예금 4억 원 등 10억여 원의 재산을 노리고 이런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초혼인 오씨를 결혼정보업체 소개로 만나 2010년부터 동거했다.
송씨와 내연남 황씨의 범행은 남편이 숨진 뒤 장례업체에 의뢰, 장례부터 치르려 했던 송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송씨의 뒤늦은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단순 변사’ 처리하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오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 오씨의 몸에서 니코틴과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각각 1.95mg/ ℓ, 0.47mg/ℓ이나 검출됐다. 혈중 니코틴이 ℓ당 0.17㎎ 이하면 안전한 수준이고 3.7㎎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간주된다. 1.4mg 만으로도 사망한 사례가 있다.
송씨를 유력한 용의자 보고 수사망을 좁히던 경찰은 통화내역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내연남 황씨의 존재를 파악했다. 송씨가 남편의 죽음으로 물려받은 유산 가운데 1억 원 가량을 황씨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황씨는 오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서 니코틴 원액을 구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여행사 가이드를 했던 황씨는 2년여 전, 중국 마카오 여행을 하던 송씨를 만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황씨가 니코틴 원액을 구입, 송씨에게 전달했고 송씨가 이를 평소 복용하던 졸피뎀과 섞어 오씨 몰래 타 먹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송씨는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도피하려다 검거됐고 범행 직후 외국에 머물던 황씨는 다음날 일시 귀국했다가 체포됐다. 하지만 송씨 등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황씨는 경찰에서 “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를 이용하고자 액상 니코틴을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송씨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동기 등을 추궁하고 있다.
니코틴 원액은 색과 냄새가 없어 구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도 액상 니코틴은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에 해당해 허가를 받아야 제조하고 유통할 수 있으나 전자담배 이용 인구가 늘면서 국외 사이트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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