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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유리 제조공

입력
2016.08.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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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요제프는 1905년 태어나 서른 두 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헝가리 시인입니다. 가난과 고통과 절망을 “불굴의 인간애”로 돌파하는 시를 써서, 헝가리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시인입니다. 요제프의 시는 선명합니다. 선명한 언어는 사족을 달 수 없는 ‘바로 그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위로를 받고 현실에서 행동할 수 있는 힘도 얻습니다.

공진호 번역인 이 시를 읽으셨다면, 이제 유리제조공을 생각해 볼까요? 그는 뜨거움 가까이 있는 자입니다. 1,000도 이상의 뜨거움을 녹여 투명한 안팎을 가진 유리를 만드는 자이며, 그 선명한 세계가 나타나는 순간을 목도하는 자입니다. 투명함은 선명함입니다. 선명함은 정확함입니다. 정확한 투명함. 뜨거움을 거쳐야 그러나 속은 굳지 않아야 선명해집니다. 유리는 단단한 고체 상태지만 분자와 원자의 병렬 상태를 보면 액체에 가깝습니다. 액체는 빛을 차단하려는 경계가 없어 빛이 쉽게 통과됩니다.

유리제조공은 불투명을 녹여 투명을 만듭니다. 노동자는 끓이고 섞이는 시간의 뜨거움으로 자신도 점점 투명해집니다.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향하여 라고 읽고 싶습니다. 빛이 통과되는 곳에서 우리는 어찌 해야겠습니까. 유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조금씩 피를 쓰다/투명해지고” 아름답고 참혹한 구절입니다. “미래를 향한 큰 크리스털 유리창을/우리를 위하여 끼운다네” 노동자와 유리는 분명 그러합니다. 시인도 그러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은 투명에 가까워지도록 피를 써봐야겠습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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