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목걸이’ 현실화 전략 토대
美ㆍ日 견제하는 부수적 효과도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중인 군사기지가 향후 중국 해양전략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와 함께 홍해ㆍ아덴만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인 지부티를 확보할 경우 미국의 견제를 뚫고 사실상 전 세계 바다를 영향권 하에 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로 내년에 완공될 지부티 군사기지에는 중국 해군의 향후 전략이 집약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부티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관문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송로 중 한 곳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여전히 실효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점, 지부티가 아프리카에서 사하라사막 이남의 유일한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란 점 등을 언급한 뒤 “중국은 지부티를 전 세계 바다를 장악하기 위한 해양전진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이 그간 인구 90여만명의 작은 나라인 지부티에 공을 들여온 과정은 WSJ의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예멘에서 내전이 벌어지자 자국민 900여명을 철수시키는 환승항으로 지부티항을 이용한 직후부터 지부티 정부와 군사기지 건설 협상을 벌여왔고, 이 과정에서 124억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5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특사를 보내 이스마엘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도 했다.
중국이 지부티 군사기지 확보에 주력한 것은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지부티는 시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실현과 관련해 남중국해와 아프리카ㆍ중동ㆍ유럽 삼각축을 잇는 핵심 거점이다. 또 북아프리카와 중동 및 남아시아 지역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해주는 군사적 요충지다.
지부티에는 미군기지 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의 활동거점도 있어 중국으로서는 현지에서 미일 양국을 견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중국이 건설중인 지부티 내 군사기지는 미군 드론ㆍ특수전부대 기지와 불과 13㎞ 거리에 있고, 내년에 기지가 완공되면 최대 1만여명의 병력과 함께 함대와 미사일 등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기지의 턱 밑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해두고 해양패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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