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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서 만나 72년 간 함께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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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서 만나 72년 간 함께한 부부

입력
2016.08.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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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지기 지크라이시, 한카 지크라이시 부부. 호주 ABC방송 캡처
호주 멜버른의 지기 지크라이시, 한카 지크라이시 부부. 호주 ABC방송 캡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만나 70여년 간 한결같은 사랑을 이어 온 호주의 90대 부부 이야기가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21일 폴란드 출신 지기 지크라이시(93)와 한카(91ㆍ여) 부부가 1944년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만난 뒤 72년간 해로하고 있는 스토리를 소개했다. 지크라이시 부부는 폴란드 체스토코바 수용소에서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기억을 회상했다. 남편 지기는 10대 후반이었던 한카를 떠올리며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이 너무 아름다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한카 역시 비인간적인 수용소 환경 탓에 대다수 수감자가 상냥함, 배려를 잃은 상황에서 지기는 온화한 성품을 유지해 반했다고 말했다.

나치의 횡포에 매일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나치군 무기공장에서 일하던 지기가 총알을 규격보다 작게 만들어 온 사실이 적발돼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그를 지킨 건 한카였다. 한카는 인근 건설현장에 피신한 지기에게 목숨을 걸고 빵 조각과 담요를 가져다주며 곁을 지켰다. 한카가 두 번째로 지기를 찾은 날이자 둘이 만난 지 17일째이던 때 그는 “그들이 떠났다”고 환호하며 나치군의 패전 소식을 전했다. 둘은 다음 날 조촐한 결혼 서약으로 부부가 됐고 이듬해 첫 딸 이블린을 낳았다.

1971년 호주로 이주한 부부는 결혼 50주년이 돼서야 가족들에게 수용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전쟁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부부가 끔찍한 고통을 가족들이 나눠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큰딸 이블린은 “우리는 늘 사랑에 둘러싸여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이 전쟁 중 만났다는 것 외에는 (수용소에 대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서로 위로하며 일생을 함께 견뎌 온 부부는 이제 나치 대학살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부부는 증손자 중 한 명이 다니는 멜버른 비알리크 대학이 나치군 희생 아동을 기리기 위해 단추 150만개를 모으는 프로젝트에 180개의 단추를 기부했다. 남편 지기는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다. 손자와 증손자들이 건강하게 자랐고 한카가 여전히 내 옆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지크라이시 부부의 결혼 50주년 '황혼 결혼식'. 호주 ABC방송 캡처
지크라이시 부부의 결혼 50주년 '황혼 결혼식'. 호주 ABC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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