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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왜 올여름 전기 누진제 불만이 폭발했나

입력
2016.08.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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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처서가 코앞이지만 폭염의 기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예년보다 유난히 긴 더위가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계속되는 열대야가 심신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이번 여름, 더위만큼이나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전기요금 누진제이다.

1974년부터 실시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산업 부분을 제외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대상으로 하는데,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요금 기준을 구분하여 사용량이 많을수록 ㎾h당 단가 요금이 높게 적용된다. 누진제를 적용하면 1단계와 6단계의 ㎾h당 요금 차이가 11배 이상 나고, 최근 이러한 요금체계 및 기준의 적절성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의문은 40여년 간 시행되어 온 누진제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사회적 논의가 없다가 이제서야 문제 제기가 나타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해답을 얻기 위해 전기 요금 누진제와 관련하여 지난 1년여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타난 여론의 추이와 언론매체의 기사량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기록적 더위가 SNS와 만날 때

본격적 데이터 분석에 앞서 상식적으로 추론해보면,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이 지속하면서 냉방의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높아지자 전기요금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올해 누진제 이슈화에 대해 설명은 가능해도 금년 못지않은 더위가 찾아왔던 과거 여름에는 왜 별다른 논의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서울을 기준으로 2013년에도 8월의 열대야 일수는 18일에 달했다.

데이터를 통해 올여름이 예년과 다른 양상을 찾아보고자 했다. 이번 분석을 위해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활용, 2015년 6월 1일부터 2016년 8월 19일까지 트위터에서 언급된 내용을 추출하여 전반적인 양상 및 추이를 살펴보았다. 데이터 분석 시 추출에 이용된 주요 키워드는 전기요금 누진제 및 더위와 관련하여 ‘누진제’ ‘누진세’ ‘더위’ ‘폭염’ 등을 포함하였다. 또한 더위와 관련하여 실제 기온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기상청의 일별 서울 최고기온 데이터를 가져와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온 상승에 따라 트위터에서 ‘더위’와 관련한 언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2015년과 비교하여 2016년에는 기온 자체도 높았고, 이에 따라 더위 관련 언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트윗과 관련 기사의 양이다. 즉, 2015년에는 누진제 관련한 트윗이나 기사의 숫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데 비해, 올해는 7월 이후에 관련한 트윗과 기사량의 증가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올해 7월 1일부터 8월 19일까지의 추이를 별도로 조사했다.

그 결과 7월 말부터 누진제 관련 트윗이 급속하게 증가했고, 특히 8월 초에는 2만건 가까이 트윗의 생산 됐다. 이러한 양상은 하나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먼저 더위와 관련한 트윗의 증가가 나타나고, 이어 누진제 관련한 트윗이 늘어나고 언론에 관련 기사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관련 기사가 리트윗되면서 누진제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관심의 확산이 함께 이루어졌다. 종합하면, 누진제 이슈화에 지속적인 더위도 작용했지만, 온라인에서의 누진제 관련 내용의 공유가 제도의 인지 및 학습에 미친 영향이 컸고 이렇게 학습된 내용의 재공유를 통해 문제 인식이 퍼져나갔다고 할 수 있다.

누진제 이슈화에 누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도 파악해 보았다. 트위터에서는 자신의 얘기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트윗을 공유하면서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이 일반화되어 있기에, 많이 공유된 트윗이나 트윗의 작성자는 곧 해당 이슈의 공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누진제 관련 트윗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이슈화 초기에는 종편의 누진제를 주제로 한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본격적인 이슈화 시기인 7월 말부터는 이재명 성남시장(@Jaemyung_Lee)과 누진제 개편안을 제출한 더민주의 박주민의원(@yoeman6310)이 중심적인 인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 관련 상당한 학습량 보여줘

누진제 관련 연관어들에 대해 살펴본 결과,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에어컨’ 이용으로 인한 요금 ‘폭탄’에 대한 ‘부담’과 함께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시행하고 있는 ‘정부’ ‘산자부’ ‘한전’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재명 시장’과 ‘박주민 의원’에 대한 언급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또 누진제로 인한 ‘11배’의 요금 차이와 한시적 누진제 ‘완화’안의 시행으로 ‘6,000억’이 소요됨 또한 많이 언급되고 있어 국민에게 누진제 관련 사안에 대한 학습과 정보의 축적이 상당히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는 지금 현재 그들이 품고 있는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되기도 한다. SNS를 통해 주요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누진제 이슈는 다른 사회적 이슈들과 달리 찬반의 대립적 구도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누진제 시행 초기였던 40년 전에는 정당성의 근거가 충분했을지라도 환경과 여건이 변화했다면 이에 맞춰 제도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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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5년 6월 1일 ~ 2016년 8월 19일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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