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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겐 월드컵 같은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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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겐 월드컵 같은 올림픽

입력
2016.08.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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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120년 만의 첫 金

“이번 대회, 축구만은 우승해야”

2억명 국민 기대 쏠린 결승전

독일과 승부차기 끝 5-4로 승리

지난 월드컵 1-7 수모 되갚아

마지막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

환호 속 그라운드 엎드려 통곡

네이마르가 21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킥 직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리우=AP 연합뉴스
네이마르가 21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킥 직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리우=AP 연합뉴스

네이마르(24)의 눈물이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을 적셨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2억 인구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진 부담을 털어버린 ‘해방감의 눈물’이었다.

브라질 축구가 리우 올림픽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브라질은 2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축구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전후반ㆍ연장 12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에서 5차례 우승한 브라질이지만 올림픽에선 첫 번째 금메달이다. 브라질은 그 동안 올림픽에서 3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브라질은 자국이 개최한 2014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성인 대표팀이 독일에 1-7로 참패한 ‘미네이랑의 악몽’도 털어버렸다. 당시 네이마르는 부상으로 뛰지 못해 브라질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축구와 배구, 비치발리볼만 우승하면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브라질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종목이 배구와 비치발리볼이다. 앞서 남자 비치발리볼은 금메달을 따 기대에 부응했고, 모든 눈과 귀가 남자 축구에 쏠렸다.

부담이 컸던 경기에서 네이마르는 전반 26분 선제골을 작렬했다.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 찼고 볼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맞고 안으로 들어갔다. 독일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14분 막시밀리안 마이어(21)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브라질이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연장에서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 팀 키커 4명이 나란히 성공한 상황에서 독일 5번 키커 닐스 페테르센(28)의 슛을 브라질 골키퍼 위베르톤(29)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브라질의 5번째 키커는 네이마르였다. 마라카낭을 가득 메운 8만 명의 관중은 숨죽인 채 네이마르를 주시했다. 그 동안 월드컵 등 큰 국제 대회에선 스타플레이어가 승부차기 실축을 한 적이 많았다. 크게 심호흡한 네이마르는 한 번 주춤하더니 슛을 때렸고 그물이 출렁였다.

순간 브라질 전역이 요동쳤지만 네이마르는 환호하는 대신 그라운드에 엎드린 채 통곡했다.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는 흐느끼며 일어나지 못했다. 그 동안 얼마나 큰 중압감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는 네이마르. 리우=로이터 연합뉴스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는 네이마르. 리우=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질은 지난 6월 코파아메리카 대회에 네이마르를 출전시키지 않는 대신 이번 올림픽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뽑았다. 그러나 주장 완장까지 찬 그는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실망한 브라질 팬들은 여자축구의 에이스 마르타(30)와 비교하며 네이마르를 손가락질했다. 축구가 부진해 배구와 비치발리볼에 팬들이 몰린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콜롬비아(8강), 온두라스(4강), 독일(결승)전에서 잇달아 득점을 기록한 뒤 마지막 승부차기까지 깔끔하게 성공하며 마라카낭의 환희를 완성했다. 120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조국에 남자축구 금메달을 안긴 것이다.

네이마르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킥을 하기 전 심정에 대해 “마음 속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브라질에 금메달의 꿈을 안긴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딴 동메달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던 독일은 사상 최고 성적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열린 3ㆍ4위전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온두라스를 3-2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땄다. 항공기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못해 일본과의 조별리그 1차전 킥오프 6시간 전에 무료 전세기로 간신히 현지에 도착하고도 5-4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됐던 나이지리아는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뒤 동메달까지 따는 저력을 과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에 이은 8년 만의 메달이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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