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는 박인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는 올 시즌 초 허리 부상에다 골프 선수에겐 치명적인 인대(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이 겹쳤다. 이로 인해 장점인 자로 잰 듯 정교한 샷과 컴퓨터 퍼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여기며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컷 탈락했던 박인비가 불과 2주 뒤 올림픽 금메달로 화려하게 부활할 줄 예측하기 어려웠다.
박인비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파71ㆍ6,245야드)에서 끝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가 된 박인비는 각각 11언더파와 10언더파에 머문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와 펑샨샨(27ㆍ중국)을 따돌리고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만의 여자 골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박인비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명예가 동시에 걸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기적의 부활을 가능케 한 첫 번째 도우미는 남편 친구인 새 스윙 코치다. 경기 후 박인비는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 채널과 인터뷰에서 "부상 때문에 내가 원하는 스윙을 할 수 없었다"며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때 새 코치인 남편 친구가 몇몇 포인트들을 찾아냈고 그걸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지난 몇 달보다 훨씬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린 위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되면서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남편 남기협(35) 씨의 변함없는 그림자 외도는 심리적인 안정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LPGA 투어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성적도 나오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출전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압박과 불안감을 곁에서 남 씨가 묵묵히 다잡아줬다.
남 씨는 박인비가 금메달을 딴 직후에도 "저는 말을 안 하기로 했다"며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만 치켜세웠다. 남편의 바다 같이 깊은 마음이 없었다면 박인비의 커리어 골든 슬램은 없었을지 몰랐다.
여기에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의 편안한 언니 리더십이 더해졌다. 박인비의 금메달 확정 순간 감격의 눈물을 보인 박 감독은 리우 현지에서 때로는 지도자로 때로는 엄마나 친언니, 선배처럼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농담도 하고 요리사 역할까지 자처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세리 키즈' 세대를 형성해 현재의 박인비와 같이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성 시대를 마련한 주인공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시합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면서 "메달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제가 더 편하게 대해줘야 했다. 그래서 재미있게 잘 보냈다. 농담도 주고받고 서로 의지했다. 그런 힘이 컸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3전4기' 브라질 축구, 사상 첫 올림픽 金..네이마르가 끝냈다
'올림픽 금메달' 박인비, 최대 '4억+α' 돈방석 예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