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9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정면 겨냥하면서 여권과 이 감찰관의 관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이 자신이 인사 검증까지 했던 ‘믿는 도끼’(이 감찰관)에 발등을 찍힌 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제를 흔드는 상황이 되면서 이 제도를 만들고 이 감찰관을 첫 감찰관으로 낙점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이 감찰관이 첫 감찰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이 감찰관은 지난 2015년 3월 이광수(여야 합의)ㆍ임수빈(야당 추천) 변호사와 함께 새누리당 몫의 감찰관 후보자로 국회 추천을 받았다. 이후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최종 임명됐다. 당시 여권 내에서는 정연복 변호사를 새누리당 몫 후보자로 추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낙점을 받은 이는 이 감찰관이었다. 여야가 함께 꾸렸던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원내지도부 쪽에서 정 변호사가 적임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친박계 주류였던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조합이었다. 이들이 밀었던 인사 대신 이 감찰관이 후보자로 추천되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특히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우 수석이 이 감찰관을 강하게 추천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감찰관(연수원 18기)과 우 수석(연수원 19기)은 서울대 법대 3년 선후배 사이로 1991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이 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을 때 정치권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 위한 감찰”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을 받은 지 사흘 만에 이 감찰관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을 수행한 민경욱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별검사보를 역임하는 등 풍부한 법조 경력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감찰관제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단속을 위해 신설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면서 출발했다. 2014년 6월 관련법이 시행됐지만 감찰관 후보자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감찰관 임명이 늦어져 2015년 3월에서야 본궤도에 올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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