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지검 이첩 예상 깨고
사건 내용 검토하며 하루 보내
靑 ‘국기 문란’ 입장도 수사 변수
조사1부ㆍ형사1부ㆍ특수부 등
수사 부서 수장들 禹와 친분
어느 부서가 맡든 신뢰성 논란
현직 민정수석 대상 초유의 수사
김수남 총장 외풍 차단에 이목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 시작 단계부터 깊은 고심에 빠졌다. 당장 수사팀 구성부터 쉽지 않다. 23년간 검찰에 몸을 담았던 우 수석과 개인적 친분 또는 근무인연 등으로 얽힌 검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어떻게 수사팀을 꾸리든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그가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힌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수사의 성패는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으로부터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전달받은 대검찰청은 19일 중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건 내용 검토에 주력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대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대검 내 논의를 거쳐 총장에게 보고한 뒤 관할 검찰청으로 내려보내는 수순을 밟는데, 시간을 더 두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이라면 국기문란 행위”라며 강경 입장을 밝힌 것도 검찰로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로 떠올랐을 법하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우 수석 사건을 수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지만, 문제는 수사팀 배당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배당받게 될 부서로는 조사1부나 형사1부, 아니면 특수부 등이 꼽힌다. 조사1부는 우 수석이 자신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2곳을 고발한 사건, 시민단체가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고발한 사건 등을 수사해 왔던 터라 이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 건도 관련사건으로 병합될 수 있다. 형사1부의 경우, 내부 감찰을 전담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공직자 감찰’에 해당하는 우 수석 사건을 배당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과 관련한 법인재산 횡령 의혹도 수사의뢰가 된 만큼, 기업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가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든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우 수석 수사를 ‘우병우 라인’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진동 조사1부장과 심우정 형사1부장 모두 우 수석과는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서들을 지휘하는 노승권 1차장검사는 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84학번)인데다, 대검 중수부에서 각각 중수1과장과 수사기획관으로서 함께 일했다. 특수부 수사를 총괄하는 이동열 3차장검사 또한 우 수석과 대검 중수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등 친분이 깊다.
물론 대부분의 검사들은 이 같은 친분이 있다고 사건처리가 왜곡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사실 검사들은 ‘○○○ 라인’으로 묶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개인적 인연과 특정 사건 수사를 결부시키는 것은 ‘검사의 피는 차갑다’는 속설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수사팀과 우 수석의 관계에 대한 외부의 의심스런 시선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김수남 총장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을 컨트롤하는 현직 민정수석에 대한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수사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김 총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어떻게 구성되든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면 되는 것”이라며 “수사팀이 사건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면 김 총장이 ‘외풍’을 막아주는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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