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로 알려진 의혹들
명예훼손으로 보기도 힘들어
“위법이지만 가벌성 약하다”
“조사결과 등 누설 해당” 의견도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한 19일 청와대의 초강경 대응은 검찰에 또 하나의 난제(難題)를 안겨 줬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이 감찰관에 대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셈이라 검찰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특별감찰관 수사가 본격화하면 그가 대화를 나눈 언론사 기자는 물론, 이 사실을 보도한 다른 언론사(MBC)도 조사를 해야 할 판이어서 검찰로선 별다른 잡음 없이 이 국면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의 입장 발표가 없었어도 검찰은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날 한 시민단체는 그를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안의 핵심은 이 특별감찰관이 과연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우선 그의 발언 중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 수석의) 아들 운전병 인사랑 (우 수석 가족 회사인) 정강이다” “(화성 땅 얘기) 그건 아무리 봐도 우리 감찰 대상 법에는 해당 안 되는 거 같더라” 등은 감찰 내용을 공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음 주부터 본인과 가족에게 갈 건데 소명하라고. (중략) 계속 그런 식이면, 버티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되지”라고 언급한 것도 감찰 진행 상황을 유출했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를 두고 형사처벌하기는 애매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판사 출신인 A 변호사는 “누설했다는 내용들이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의혹이고, 그 중 일부를 본다고 언급한 정도를 과연 감찰내용 누설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진술내용 등을 흘려서 피조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법원의 B 현직 판사도 “누설행위로 인해 감찰대상자에게 회복불가능한 명예훼손을 초래했는지, 또는 특별감찰 진행이 곤란해질 정도였는지가 관건”이라며 “두 경우에 해당이 안 된다면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찰이라는 제도 취지를 보면 청와대의 대응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별감찰관법 위반으로 볼 소지는 있으나 “가벌성이 약하다”는 견해도 있다. 재경지법의 C 판사는 “어떤 비위사실을 조사 중이라는 내용도 감찰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 내용에는 구체적인 게 전혀 없어 가벌성 측면에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명백한 위법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다. 고검장 출신인 D 변호사는 “감찰의 종료 시점, 감찰 내용과 결과 등을 누설한 것은 맞다”며 “가벌성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한데, 아무튼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수사를 병행해야 하는 검찰이 매우 고민스럽게 됐다”고 전망했다.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이 특별감찰관은 오전 5시쯤 수수한 차림으로 집을 나선 후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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