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진상 규명부터” 원론 입장
정진석 ‘자진 사퇴’ 의견 유지
친박 지도부-원내지도부 갈등 시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 투톱이 갈라지는 모양새다.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달리 이정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시점에서 투톱간 균열이 생기면서 앞으로 각종 현안을 놓고 충돌이 잦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평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며 “진상을 규명해서 문제가 나온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누설이 중대위법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철저하게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우 수석의 자진사퇴가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과 배치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우 수석의 자진사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며 “민정수석의 신분을 가지고 어떻게 검찰 조사를 받느냐”고 강조했다. 전날 저녁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 수석이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투톱의 균열을 친박계 위주의 당 지도부와 상대적으로 중립 성향에 가까운 원내지도부 간 균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날 정 원내대표가 페이스북 글을 띄우기 불과 2시간 전 김현아 당 대변인이 “누구보다 엄정하게 실정법을 준수해야 할 특별감찰관이 사전 기밀누설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우 수석을 수사의뢰 한 것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우 수석이 아닌 이 감찰관을 겨냥한 논평을 낸 게 대표적이다. 또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 수석과는 별개로 이 감찰관의 유출 의혹은 분명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참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며 정 원내대표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대표가 이날 취임 이후 처음 가진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도 ‘우병우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찬에 참석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있었다”며 “어쨌든 자꾸 (이 사건이) 신문에 오래 보도되고,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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