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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병원 성 티기윙클스 설립… 인류의 선한 마음을 보살피다

입력
2016.08.2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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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스토커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던 부상 당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일에 만 40년을 바쳤다. 그의 열정과 시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St.티기윙클스'는 독립시설로선 유럽최초ㆍ최고의 야생동물 전문병원이 됐다. 영국의 시민들이 왕실과 대성당이 아니라 그의 병원을 '영혼의 심장'이라 여기는 까닭은, 그가 야생동물을 돌봄으로써 인간의 선한 마음을 함께 보살피고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rolexawards.com
레스 스토커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던 부상 당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일에 만 40년을 바쳤다. 그의 열정과 시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St.티기윙클스'는 독립시설로선 유럽최초ㆍ최고의 야생동물 전문병원이 됐다. 영국의 시민들이 왕실과 대성당이 아니라 그의 병원을 '영혼의 심장'이라 여기는 까닭은, 그가 야생동물을 돌봄으로써 인간의 선한 마음을 함께 보살피고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rolexawards.com

영국의 생식의학자 말콤 포츠는 2008년 저서 ‘전쟁 유전자’(박경선 옮김, 개마고원)에서 전쟁의 생물학적 기원을 분석했다. 그는 원시 수렵사회에서부터 중세 기사들의 삶과 규범, 근ㆍ현대로 이어진 노예제와 전쟁 테러 강간의 폭력의 역사를 생명 진화와 번식 즉 세포단위에서부터 작동하는 경쟁의 원리를 통해 해명하고자 했다. 물론 그는 인류가 유전자의 충동을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왔다는 것, 유구한 폭력의 사슬을 끊기 위해 새롭게 각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저 책에 담았다. 그리고 “(다행히) 문화의 진화 속도가 생물학의 진화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이 위험한 세계의 희망”이라고 썼다. 그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국제의료팀을 이끈 의학자였고, 살육과 고문과 강간을 보고서나 고고학적 발굴 자료로만 본 게 아니었다. 그의 ‘희망’은 기도와도 같은 불안하고 애달픈 희망이었다.

인지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그런 말콤 포츠를 위로라도 하듯이, 2011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를 썼다. 그는 저 육중한 책을 통해 인류가 대견하게도, 체감하는 공포나 서글픈 통념과 달리, 폭력을 한사코 밀쳐내며 오늘까지 왔다는 사실을 통계 등 과학적 근거를 들어 입증했다. 그리고 포츠가 ‘문화의 진화’라고 뭉뚱그렸던 그 선한 힘들을, 평화화 문명화 인도주의 등 여섯 개의 뚜렷한 경향으로 범주화했다. 그리고 핑커는 선한 힘의 맨 끝에 ‘권리 혁명(Rights Revolution)’을 놓았다. 지난 세기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인권개념에서 파생된 여러 권리들-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 권리 동물권-을 옹호해온 경향이었다.

영국인 레스 스토커(Les Stocker)는, 핑커가 인류의 선한 힘 맨 마지막 맨 끝 사례로 아슬아슬하게 꼽은 ‘동물권’의 신장에 생을 바쳤다. 수의사도 생물학자도 동물원 관계자도 아닌 그는 다치거나 갈증으로 탈진해 도로 한 켠에서 신음하는 고슴고치나 새들, 즉 야생동물을 제 집 헛간에 안고 와 치료하고 보살핀 뒤 숲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을 “취미 삼아”하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숲으로 줄행랑 치는 녀석들의 꽁무니에 그만 반해버렸다. 그는 그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고, 마침내 “영국 영혼의 심장”이라 불리는 유럽 최초(어쩌면 인류 최초)의 야생동물 전문 치료ㆍ재활시설 ‘성(聖) 티기윙클스(St. Tiggywinkles)’를 만들어냈다. 야생동물의 생명을 보살핌으로써 ‘우리 안의 선한 천사’를 함께 보살핀 레스 스토커가 7월 16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유럽 혹은 인류 최초의 시설

1824년 동물보호단체 만든 영국

시민ㆍ기업ㆍ왕가 후원 줄이어

취미로 시작한 부상동물 치료

수의사 23명 자원봉사 50명

年 1만마리 돌보는 기관 성장

스토커는 전쟁 중이던 1943년 1월 31일 영국 런던 남서부 배터시(Battersea)에서 태어나 폭격으로 부서진 도심의 건물과 재건의 공사 현장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가 그런 공사 현장소장이었고, 어머니는 공무원이었다. ‘(인류를 위한) 숭고한 사명을 위하여(Pour Bien Desirer, For The Noble Aim)’가 교훈이라는 사립 명문 엠마뉴엘 고교를 졸업했지만, 과학 과목에 낙제를 하곤 했다는 걸 봐선 그가 공부를 통해 저 사명을 추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교과서보다는 제럴드 더렐(Gerald Durrell) 등이 쓴 생태 관련 책자를 더 즐겨 읽었고, 무엇보다 동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는 그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살던 동네엔 애벌레들 외엔 동물이 없어 토요일 아침마다 친구랑 버스를 타고 윔블던 커먼(Wimbledon Common, 런던 남서부 공유지)에 가서 새 둥지를 살피고 도마뱀 같은 것들을 관찰하곤 했다”고 한 말을 전했다.(telegraph, 2016.07.19) 그는 59년 학교를 마치자마자 대학 대신 회계사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했다. 64년 그와 결혼한 수(Sue)는 “레스는 연애 시절에도 ‘공원에 새 보러 가지 않을래’라고 말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수는 그런 레스와 한편이 돼 해로하며 아들(Colin)을 낳았다.

물론 저 말들은 모두 스토커가 야생동물 보호활동가로 유명해진 뒤에 나온 얘기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야생동물에 유별난 애착을 가졌던 건 분명한 듯하다. 76년 여름 어느 날, 그는 길가에 쓰러져 있던 고슴도치 한 마리를 발견,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고 한다. 수의사는 수면제로 재우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고, 그는 그 길로 지역 동물보호단체에 찾아간다.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가뭄이 닥친 해였고, TV에서 수많은 고슴도치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곤 했어요. 그렇다면 나라도 뭔가 해보자는 생각을, 그렇게 하게 됐죠.” 고슴도치를 안고 온 33세의 그를 아내도 반겼다고 한다.

그렇게 한두 마리씩 보이는 대로 데려와 보살피던 그는 78년 버킹엄셔 외곽 에일즈버리(Aylesbury)의 집 뒷마당 헛간을 개조해 아예 ‘야생동물구조센터’라는 허술한 간판을 내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신경 쓰는 이조차 없는 존재들이잖아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 생각만으로도 그 일을 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됐어요. 밤낮이 없었죠.” 그래도 가족은 단란했다고 한다.

차츰 소문이 나면서 지역 수의사들과 경찰, 영국왕립동물보호협회(RSPCA)가 그를 미심쩍게 여겼다. 그는 “그냥 취미”라고, “부상당한 야생동물이 보이면 내가 돌볼 테니 데려오라”고 대꾸하곤 했다고 말했다. 온갖 동물들, 심지어 뱀이며 두꺼비까지 데려오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는 마다하는 법이 없었다. 이미 세계적 스타였던 록밴드‘비지스(Bee Gees)’의 보컬 로빈 깁(Robin Gibb)이 차에 부딪쳐 부상당한 자고새 한 마리를 롤스로이스에 싣고 온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선의가 알려지면서 지역 수의사들이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시행착오야 물론 많았겠지만 그의 치료ㆍ시술 실력도 경험과 함께 쌓여갔다.

직장 일을 병행하기엔 우선 시간이 부족했고, 고졸 직장인 월급으로 약값 대는 것도 점점 버거워졌을 것이다. 83년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비영리 신탁을 설립, 기부를 받아 동물 치료에 전념하자는 거였다. 수는 전업주부였다.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이어갈 참이었는지, 그는 해명한 적이 없다. 부부는 시민의 선의를 믿은, 조금은 무모한 낭만주의자였을지 모른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병원이 있다. 병원과 동물병원, 그리고 티기윙클스다. 티기윙클스의 로고는 반창고를 붙인 고슴도치지만, 티기윙클스의 환자는 사람과 주인 있는 동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이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병원이 있다. 병원과 동물병원, 그리고 티기윙클스다. 티기윙클스의 로고는 반창고를 붙인 고슴도치지만, 티기윙클스의 환자는 사람과 주인 있는 동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이었다.

85년 8월, 배우 겸 작가 수전 햄프셔(Susan Hampshire, 1937~)가 꽤 많은 돈을 기부하면서 그의 병원은 ‘성 티기윙클스 St.Tiggywinkles’라는 간판을 내걸게 된다.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고슴도치를 주인공 삼아 쓴 인기 동화 ‘The Tale of Mrs. Tiggywinkle 티기윙클 아줌마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티기윙클스에는 스토커 일가 외에 상근 수의사 5명에다 자원봉사자들까지 가세했다. 올빼미 찌르레기 황조롱이 백조 뱀 두꺼비 여우 오소리 박쥐…, 티기윙클스는 쥐와 가축과 반려동물과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24시간 종합병원이 됐다. 병원은 기부금 외에 기념품 판매 수익금과 자선 바자, 입양 가능한 동물의 입양 후원금 등으로 운영됐다. 그도 신탁에서 월급을 받기 시작했다.

영국은 1824년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만들어진 나라다. 협회는 30년대 당나귀를 때린 주인을 고발해 재판정에 세울 만큼 맹렬하게 활동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1840년 협회를 왕립기관으로 승격했고, 의회는 미끼 사냥을 법으로 금지하고(1835년)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선도적으로(1876년) 규제했다. 영국 의회가 포괄적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건 1911년이었고, 그 법은 2006년 동물복지법으로 확장됐다. 한편 영국은 블러드하운드나 폭스테리어라는 전문 개량종 사냥개를 동원한 귀족들의 유혈 스포츠인 여우사냥을 2004년 말까지 합법화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이듬해 사냥개 여우사냥이 법으로 금지되기까지,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도 영국 왕실과 귀족들은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법을 완화하라는 로비를 그치지 않고 있다. 여우가 농부의 재산을 축내는 유해 동물이라는 게 명분이지만, 전통의 유희를 빼앗긴 왕가와 귀족들의 어깃장이라는 반박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티기윙클스의 오늘을 있게 한 가장 큰 후원자도, 아이러니하게도, 윈저 왕가의 켄트 공녀 알렉산드라(Alexandra, 1936~) 공주였다. 그의 후원 덕에 티기윙클스는 1991년 버킹엄셔 해든햄(Haddenham)에 근사한 건물을 짓고 야생동물 치료 전문 교육시설까지 갖췄다. 현재는 후원하는 기업만 100여 곳이 넘어, 23명의 수의사와 50명의 자원봉사자가 연 평균 8,000~1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진료하는 기관이 됐다. 국가 의료서비스가 정착된 나라의 병원들이 운영하는 트리아주(triageㆍ부상 정도를 판별해 진료 순서를 정하는 부서) 섹션에다 수술실, 방사선실, 진단 랩, 어린 동물 보육실과 회복실, 집중치료실이 있다. 수달과 바다표범 등 해양동물 풀과 조류 방사장이 있고, 박쥐 요양실에는 먹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자외선 설비까지 돼 있다. 상시 20명의 학생이 12개월 과정의 정부 공인 동물복지 학점 코스로 티기윙클스에서 연구 중이고, 수의사 단체와 잉글랜드 브리스톨대 등 대학, 국제 야생동물 관련기관과도 교육ㆍ학술 교류를 하고 있다.(rolexawards.com)

병원이 전문화하면서 설립자인 스토커는 간호와 동물 이송 등 덜 전문적인 업무를 주로 맡곤 했고, 혼자 야생동물 마취 분야를 개척해 경험과 기량 면에서는 손색없는 전문가가 됐다. 주사기 뚜껑을 활용한 어린 두더지 마취마스크는 그의 비공인 특허품이고, 플라스틱 모종상자를 개량한 동물 인큐베이터도 그의 작품이다.(텔레그래프, 위 기사) 들것 네 군데에 구멍을 뚫어 네발 동물을 나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였다. 회복된 어린 바다표범을 안전한 서식지에 방생하기 위해 보트를 빌려 폭풍우(보퍼트 풍속 기준 8게일ㆍ바람에 물결이 휘날릴 정도의 풍속) 치는 노포크의 먼바다까지 갔다 온 이야기, 잔디깎기에 잘린 혀 봉합수술을 받은 두꺼비가 그 혀로 벌레를 잡는 걸 확인(그가 훈련을 시켰다고 쓴 매체도 있지만)한 뒤에야 풀어줬다는 일화도 있다.

스토커는 티기윙클스의 창립 이야기 등 4권의 책을 썼고, 그 중 ‘Practical Wildlife Care’(2000)는 제목처럼 야생동물 진료의 실용 가이드로 각광받으며 거의 매년 개정판을 내왔다. 그의 가족은 급여와 책 인세, 스토커의 강연료로 생활했다.

-야생동물에 바친 40년

부상ㆍ감염 위험에 시달리며

자연에 지나친 간섭 비판에도

“인간 때문에 다치고 병든 것”

동물권리 신장에 커다란 역할

그와 병원 식구들이 겪은 곤란은 안팎으로 적지 않았다. 예민한 ‘환자’들에게 물리고 할퀴어지고 걷어차이는 건 예사였다. 맹금류들, 심지어 왜가리조차 의료진의 눈을 노리곤 했다. 그들은 부상과 감염으로 붕대와 주사를 달고 살아야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반려동물만 보살피던 사람이라면 아마 병원에서 5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문가의 진료 행위를 두고 오갔던 초기의 의심과 냉소는 점차 수그러들었지만, 그(와 병원)의 행위가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은 꽤나 질기게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대다수 부상 동물은 약하거나 늙어 병든 게 아니라 사람 때문에, 다시 말해 자동차나 고양이나 송전선 때문에 다쳐서 온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그는 “한해 평균 약 5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그렇게 다치지만 우리가 치료하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시민들이 좀 더 힘을 보태준다면 우리가 더 많은 동물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newscientist.com, 1992.01.04) 그는 조류의 치료 성공률은 약 80%, 나머지는 60%쯤 된다고 말했다.

티기윙클스의 의료진은 부러진 새의 부리도 만들어 붙여주고, 박쥐의 꺾인 날개도 깁스해주고, 두꺼비의 잘린 혀도 봉합해준다. 물론 다친 동물들을 본체만체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오거나 전화를 걸어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진은 티기윙클스의 환자들. sttiggywinkles.org.uk
티기윙클스의 의료진은 부러진 새의 부리도 만들어 붙여주고, 박쥐의 꺾인 날개도 깁스해주고, 두꺼비의 잘린 혀도 봉합해준다. 물론 다친 동물들을 본체만체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오거나 전화를 걸어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진은 티기윙클스의 환자들. sttiggywinkles.org.uk

스티븐 핑커는 ‘…천사’에서 “동물권은 이해 당사자들이 진전시키지 않은”유일한 권리혁명이라고 썼다. 그래서 더 고결하지만, 또 그래서 인간은 동물 복지에 쉽사리 무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핑커는 인류의 육식에 대한 갈망과 인간-동물의 제로섬 관계(동물은 질병을 매개하고 작물 가축 등 손해를 끼치고 드물게는 생명도 위협한다) 등을 근거로 동물 권리가 흑인 여성 아이 동성애자 권리의 궤적을 정확히 따르며 신장되리라 낙관하지 않았다. 다만 “작은 비용으로도 동물들의 엄청난 고통을 줄일 기회가 아직 차고 넘친다. 최근의 감수성 변화를 볼 때, 동물들의 삶은 앞으로도 분명 개선될 것이다”라고 썼다. 눈먼 꿩의 재활을 돕고, 뇌를 다쳐 사냥 능력을 상실한 올빼미를 돌보는 등 어지간한 나라의 장애인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야생동물들에게 베푸는 걸 못마땅해 하는 이들은 지금도 있다. 물론 그들이 티기윙클스에 기부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스토커는 1990년 시계회사 ‘롤렉스’사가 과학 의료 환경 등 분야에서 공을 세운 이에게 격년으로 수여하는 ‘롤렉스 어워드(Rolex Award for Enterprise)’를 받았고, 상금 2만 파운드로 세계의 고슴도치 민예품 등을 전시하는 티기윙클스 박물관을 건립했다. 91년에는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고, 2002년에는 왕립수의사협회 명예회원이 됐다. 그는 명예회원 자격증을 제국훈장보다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인간이 쥐와 분리된 건 7,000만 년 전이고, 침팬지와 갈라선 건 불과 500만~700만년 전이라고 한다. 유전학과 고생물학은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93% 똑같고, 침팬지와는 98%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토커는 그 과학적 사실을 “우리는 모두 커다란 그림 속의 일부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만일 당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사람처럼 동물들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기윙클스의 응급실은 설립자의 장례식이 열렸던 7월 26일에도 환자를 받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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