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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도 행복도 1위… 일본 ‘꿈의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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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도 행복도 1위… 일본 ‘꿈의 도시’ 이야기

입력
2016.08.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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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야마 축제에 참여한 후쿠이현 주민들.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중소기업 경쟁력이 후쿠이현 행복 1위의 비결이다. 황소자리 제공
히키야마 축제에 참여한 후쿠이현 주민들.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중소기업 경쟁력이 후쿠이현 행복 1위의 비결이다. 황소자리 제공

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ㆍ김범수 옮김

황소자리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천연자원ㆍ대기업 없는 후쿠이현

향토의식 기반해 경쟁보다 협력

안경 등 ‘사양산업’ 혁신 이끌어

침체된 한국 지방도시에 시사점

아무리 되짚어 봐도 해답은 결국 ‘토털 사커’뿐이다. 현란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남미 축구를 무너뜨린 건, 그보다 개개인의 기량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성실한 여러 선수들의 협업과 압박이었다. 이건 비단 축구 얘기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위기감 높아지고 있는 지방의 중소도시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모범답안, 후쿠이현을 살펴보는 책이다. 잡지 ‘포브스 재팬’의 선임기자 후지요시 마사하루가 쓴 책인데, 미리 경고해두자면 이런 류의 일본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호들갑과 그에 따른 가벼운 ‘닭살’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똑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도 참고해볼 요소가 여럿이다.

후쿠이현은 동해에 접한 중부에 위치한 인구 79만 수준의 작은 현이다. 대단한 천연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요, 대기업 본사 유치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아니다. 있는 거라곤 안경ㆍ섬유ㆍ칠기 같은, 최첨단산업을 논하는 선진국이라면 당연히 ‘사양산업’ 취급하는 업종뿐이다.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후쿠이현 모델. 윈윈 전략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황소자리 제공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후쿠이현 모델. 윈윈 전략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황소자리 제공

그런데 일본 내에서 초ㆍ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 명당 서점 숫자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를 기록했다. 아니, 수입도 1위라고? 도쿄가 월평균 62만7,300엔으로 2위, 후쿠이현은 63만1,600엔으로 1위였다. 고임금 직업군은 도쿄가 당연히 많다. 허나 소득 격차가 적은 후쿠이현은 평균에서 앞선다. 이러니 젊은이들의 이직률, 노인과 아동 빈곤률과 실업률은 가장 낮다. 일본 내 행복도 평가에서 1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후쿠이현의 선택은 피치 못할 부분이 있다. 중부 외곽 촌동네에 눈길 줄 사람은 없으니, 스스로 일어서야 했다. 우선 도심 중심의 ‘콤팩트 시티’를 지향했다. 인구가 줄면 도심이 헐거워지고, 그러면 도시 관리 비용은 상승하지만 도심의 집값이 떨어지면서 세수는 줄어든다. 이걸 막기 위해 도심지역을 집중 개발한다. 걸어서 20분 안에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도심에 슈퍼마켓과 병원을 유치하고 도심으로 이주해오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트램 등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했다.

후쿠이현 사바에시에서 진행한 지역경제 활성화 콘테스트. 아이디어 공모 차원을 넘어 실행계획까지 만들어낸다. 콘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이 사바에시에 품는 호감은 덤이다. 황소자리 제공
후쿠이현 사바에시에서 진행한 지역경제 활성화 콘테스트. 아이디어 공모 차원을 넘어 실행계획까지 만들어낸다. 콘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이 사바에시에 품는 호감은 덤이다. 황소자리 제공

대기업 본사나 공장을 유치하기보다 강한 중소기업 육성에 힘썼다. 세계 1위 제품과 기술이 14개, 일본 내 1위가 51개다. 후쿠이대, 후쿠이공업전문학교에서 IT 인력을 길러내고, 기존 사양산업의 전통 장인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결과다. 안경ㆍ섬유ㆍ칠기 같은 사양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조공정의 혁신 밖에 없다. 그래서 후쿠이현의 특징은 ‘비밀의 공유’다. 갈갈이 찢겨져 서로 경쟁만 하다간 다 죽는다. 비밀기술을 지니되 비슷한 기술을 두고 원가경쟁만 벌이는 식은 피한다. 향토의식에 기반해서다.

‘좋은 노동력’에 목말라 있기에 여성과 가정에도 호의적이고 교육도 열심이다. 공장 사원들은 점심 먹으러 집으로 가고, 오후 4시면 퇴근한다. 대기아동 없는 보육원 수용률이 일본 1위다. 교육은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최우선을 둔다.

이런 얘기들을 쭉 읽어나가다 보면, 당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의 도구 따윈 없는 거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후쿠이에서 참신하고 재미난 일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평범한 풍경이다.” 스펙 경쟁, 능력에 따른 차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그러고 보니 도야마 시민들은 후원금을 모아 시장을 강제로 해외시찰을 보낸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는 스펙과 능력을 먼저 갖춰야 하는 이들은, 일개 대학생, 종업원, 시민이 아니라 바로 스펙과 능력을 갖추라 을러대는 지도자들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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