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ㆍ홍채 인식 등 기능 혁신에
체험 마케팅ㆍ가격 先공개 덕
삼성전자 주가 이틀째 신고가
“어제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 밤을 꼬박 새 피곤하지만 직접 보니 정말 만족스럽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정식 출시일인 19일 서울 역삼동 SK텔레콤 강남역 매장에서 갤럭시노트7 1호 개통자가 된 정지훈(28)씨는 “색상과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들고 홍채인식 기능도 신기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개그맨 박명수와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사인,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와 이말년이 S펜으로 직접 그린 캐리커처까지 양손 가득 선물을 안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강남역 일대는 갤럭시노트7을 조금이라도 빨리 갖고 싶은 소비자들의 끝없는 행렬과 떠들썩한 행사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불과 300여m 떨어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직영점에서는 유명 연예인까지 초청한 출시 행사를 가졌다. 이통사들은 이전에도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유명 배우들을 초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번 갤럭시노트7의 반응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SK텔레콤 매장 앞에선 오전 9시 개장 전부터 100여명이 길게 줄 지어 갤럭시노트7 개통을 기다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초기 개통 물량만 보면 전작인 갤럭시S7 대비 2배”라고 말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매장 앞에서는 도심 속 물총 게임이 펼쳐졌다. 물감이 잔뜩 묻은 갤럭시노트7을 향해 물총을 쏴도 멀쩡히 작동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수 체험 행사였다. 이날 이 곳에서 시간 당 개통된 건수는 평균 40건이나 됐다. 별도의 출시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KT 관계자도 “사전 예약 물량만 봐도 반응이 뜨거워 공식 행사 없이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6~18일 진행된 갤럭시노트7 사전 예약 판매 물량은 40여만대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이날 개통 물량까지 합산할 경우 45만대 돌파가 거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갤럭시S7 출시 당시 25만대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같은 초반 흥행 몰이의 배경으로 업계에선 제품 경쟁력과 체험 마케팅, 판매가 선(先)공개 전략 등을 꼽았다. 갤럭시노트는 그 동안 가격이 계속 하락, 노트5의 경우 89만9,80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98만8,900원)은 4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방수 기능을 갖춘 데다 S펜 기능이 대폭 강화됐고 최첨단 홍채인식 기능까지 탑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은 시장에서도 통했다. 새로운 성능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간도 늘렸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제품 출시 후 체험 공간을 마련했지만 이번엔 출시 보름 전인 지난 4일부터 전국 주요 쇼핑몰 등에 갤럭시노트7을 전시했다. 단말기유통구조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예약 판매 당일 요금제별 지원금을 모두 공개,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 정보를 미리 알려준 전략도 대기 수요를 줄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노트 시리즈는 기존 노트 이용자의 재구매가 많은 편인데 이전 제품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방수 기능뿐 아니라 홍채 인식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게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고객은 디자인에 민감해 실물을 봐야 구매를 결정하는데 이번 갤럭시노트7은 사전 체험 기간이 충분했다”며 “‘노트는 크다’는 선입관도 이번 모델의 경우 디스플레이 양 옆 테두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곡선을 강조해 크기에 대한 저항감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갤럭시노트7의 성공 예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까지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167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전날(164만원)에 이어 이틀째 신고가 기록을 이어갔다. 종전 장중 최고기록 158만4,000원(2013년 1월 3일) 이후 3년 7개월 만의 사상 최고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