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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여 외면하더니… 궁지 몰린 하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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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여 외면하더니… 궁지 몰린 하나高

입력
2016.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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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자사고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 폐지 눈앞

‘다양한 교육과정’ 설립취지 잊고

입시부정 등 명문대 진학에 매몰

다른 자사고 비해 강한 규제 자초

기업이 설립한 사립고가 기업 임직원 자녀에 정원 일부를 할당한다면 사회 공익에 반하는 특혜인가.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가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 특별선발전형을 폐지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특별전형을 폐지해야 하나금융의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하나금융이 기금을 출연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하나고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라는 설립 취지를 망각하고 입시 명문고를 추구하며 입시부정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이 같은 딜레마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2017학년도부터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들만 응시할 수 있는 특별 전형 비율을 입학 정원(200명)의 20%(40명)에서 13%(26명)로 줄이는 것으로 입학전형요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해당 전형을 2018학년도에는 7%로 낮추고 2019학년에는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감소분은 일반 전형으로 선발된다.

하나고가 하나금융의 임직원 자녀를 우대해 선발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설립한 다른 6개 자사고 모두 모집 정원의 15%(현대청운고)부터 70%(충남삼성고)까지 기업 임직원의 자녀들을 뽑는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도 “기업형 자사고인 충남삼성고가 모집 정원의 70%를 삼성그룹 임직원 자녀로 선발하는 것이 임직원 자녀가 아닌 학생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른 자사고 설립 기업과 달리 금융기업인 하나금융의 경우 2013년 7월 대가성 출연을 금지토록 개정된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감독규정을 적용받음에 따라 특별전형이 규제 대상이 됐다. 하나금융은 2010년 하나고 설립 이후 2012년까지 학교에 매년 20억~30억원씩 기금을 출연했으나, 이후 기금 출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고로서는 법적 제한을 풀고 기금을 받기 위해 특별전형을 폐지해야 하지만, 이 전형을 없앨 경우 하나금융이 재정을 지원할 이유도 흐릿해진다. 정철화 하나고 교장은 “임직원 자녀 전형이 폐지되면 하나금융과 연결되는 다리가 끊어진다”며 “출연 정상화 방안을 찾을 때까지는 전형이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의 특별전형 폐지 방침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해당 전형이 일반적인 사회정서에 어긋나는 특혜라며 줄곧 폐지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별전형 폐지 유도는 입시와 교육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교육청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고에 대해서만 유독 규제 압력이 강한 것은 자사고로서 사회에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된 탓이다. 지난해 8월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져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벌인 결과 하나고가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 15%나 되는 합격생들의 운명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감사에서 입시 부정뿐 아니라 운영 비리, 교사 채용 비리 등 광범위한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ㆍ교감 등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사회적 기여 약속을 위반한 자사고에 대해선 기여에 대한 보상 성격인 선발ㆍ운영 자율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와 교육 당국의 논리”라며 “높은 명문대 진학률이 오도한 자부심이 부정을 서슴지 않는 도덕적 파탄까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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