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강화로 돈줄 말라
10월 노동당 창건 앞두고 압박
“자녀 교육비 마련에도 어려움”
외교관을 비롯해 북한 해외공관 직원들의 탈북이 잇따르는 데는 ‘자금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해외 공관이 다른 국가와는 달리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맡고 있어 직원들은 큰 돈을 만지는 동시에 이 돈에 대한 상납 압박도 높아져 ‘탈북 동기’가 다른 누구보다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해외 공관은 외교 뿐만 아니라 해외 파견 노동자 관리 및 무역 업무까지 도맡고 있어 북한의 해외 자금이 모이는 곳이다. 외교관들이 외화벌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접 밀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해외 공관이 돈을 만지는 곳이다 보니 다른 직군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나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해지면서 이들도 극심한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화벌이는 줄어드는 데 비해 본국의 상납 요구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체제 선전을 위해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에 이어 여명의 거리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통치자금 수요가 급증했으며 10월 노동당 창건 행사까지 앞두고 있어 해외 공관을 들볶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정권이 돈이 궁해지면서 해외 공관을 쥐어짜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북 제재가 강화하면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20년 이상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한 교포는 “기본적으로 외교관들이 돈벌이에 달리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북 제재까지 이어지면서 생활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태 공사도 지난 2013~2014년 영국 한 강연에서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걱정한다”며 해외 북한 공관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외교관들이 자녀 교육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자녀의 장래를 위해 아예 자신들이 관리하던 통치 자금을 챙겨서 탈북을 감행할 결심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사정으로 외교관 등 해외 주재원의 탈북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해외 주재관 출신 귀순자는 2013년 8명, 2014년 18명, 2015년 10월까지 20명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귀순한 외교관만 7~8명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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