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의원들 거센 질타
李 “부끄러워 신분 못 밝힌 것”
野 “징계 회피하려 고의로 숨겨”
與野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발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이철성 후보자가 과거 음주운전 교통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나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의 23년 전 음주 교통사고 전력을 둘러싸고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진 탓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청문회 시작과 함께 이 후보자가 한 음주사고 해명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야당 의원들은 1993년 11월 이 후보자가 강원경찰청 상황실장 근무 당시 저지른 음주사고와 관련해 징계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사고 조사를 받으면서 정신도 없고 부끄러워 (담당) 경찰관에게 신분을 밝히지 못한 탓에 징계 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
의원들은 즉시 이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 붙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끄럽다는 이유로 이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며 “징계를 회피하려 고의로 신분을 숨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징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경찰청장으로서 완전한 결격 사유”라며 청문회 중단을 요청했고 “잘잘못은 청문회에서 따지자”는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이 맞서면서 회의가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오후 재개된 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도 음주운전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음주사고를 내고도 신분을 속여 경찰청장 후보자가 되고 다른 많은 경찰은 신분을 밝혀 강등을 당하고 옷까지 벗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우 수석 아들 보직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에도 우 수석과 회의를 같이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수석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청문회를 마치고 여야 의원들은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추후로 미뤘다.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치긴 하지만 국회 동의 절차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회의장이 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고 행정자치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임기를 시작하는데 별다른 제약은 없다. 이 후보자는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종료된 즉시 취임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