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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이 전부는 아니다” 이대훈, 동메달보다 빛난 스포츠 정신

입력
2016.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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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68㎏급에서 동메달을 딴 이대훈이 메달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68㎏급에서 동메달을 딴 이대훈이 메달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경기에서 지면 속으론 아쉽고 헤드기어를 던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승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스포츠맨으로서의 예의입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24ㆍ한국가스공사)은 그 자체로 빛났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도 아니고, 4년 전 런던 올림픽 58㎏급에서 따낸 은메달에도 미치지 못한 성적이지만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자우아드 아찹(24)을 11대 7로 꺾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태권도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동메달을 따기 불과 5시간 전만 해도 이대훈은 패배자였다. 이날 열린 8강전에서 이대훈은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20)에게 8대 11로 졌기 때문이다. 상대는 세계랭킹 40위의 신예. 그러나 이대훈이 ‘올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경계했던 아부가우시는 결국 세계 2위인 이대훈의 올림픽 금메달 꿈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이대훈은 경기가 끝난 후 승리의 기쁨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던 아부가우시를 향해 먼저 다가가 박수를 쳐주며 그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4년간 간절히 기다려왔던 메달 꿈이 좌절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의연한 표정이었다. 승자에게 먼저 축하하는 모습에 관객들 역시 환호했다.

이대훈은 “생각했던 것 보다 상대가 경기 운영을 잘했고, 훌륭했다”며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상대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이대훈은 아부가우시가 결승에 오르면서 얻은 패자부활전에서 이집트의 고프란 아흐메드(24)를 꺾고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리우 올림픽 시작 전 “태권도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이대훈은 자신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태권도는 그 동안 선수들이 메달 획득에만 치중해 점수를 따기 위한 공격만 펼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발차기를 할 때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바로 차는 ‘앞 뻗어올리기’를 선보이는 등 화려한 기술과 적극적인 공격으로 태권도의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태권도 선수들은 발차기를 할 때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무릎을 굽혀 먼저 세운 뒤 발을 뻗는 경우가 많았다. 이대훈은 그런 발차기가 박진감이 덜하다는 이유로 바로 발을 뻗어 찼던 것이다.

이대훈은 여기에 더해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까지 보여줘 박수를 받았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이대훈은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경험을 한 만큼 기죽지 않고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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