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왜 자꾸 실패하면서 가냐고? 도전 자체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왜 자꾸 실패하면서 가냐고? 도전 자체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입력
2016.08.19 20:00
0 0
히말라야 미답의 거벽 로체남벽에 4전5기 도전하는 홍성택 대장. 출정을 앞두고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히말라야 미답의 거벽 로체남벽에 4전5기 도전하는 홍성택 대장. 출정을 앞두고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히말라야의 여러 고봉을 올랐던 홍성택(50) 대장은 북극과 남극을 거쳐 그린란드 종단, 베링해협 횡단 등 다른 탐험가들이 쉽게 나서지 못했던 곳들을 도전해 성공했다. 그런 홍 대장이 내달 2일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목표는 히말라야 미답의 거벽 로체남벽이다.

에베레스트(8,848m) 바로 옆에 있는 로체(8,516m)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로체의 꼭대기에 오른 이들은 숱하지만 로체남벽을 통해 정상에 올라 인정받은 이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코스가 로체남벽이다. 그 다음으로 에베레스트 남서벽과 안나푸르나 남벽 등을 꼽는다. 전세계 등반가들이 가장 동경하는 코스가 바로 로체남벽이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세계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끝내고 그 다음에 도전했던 게 로체남벽인데 그도 두 번이나 실패했다. 당시 메스너가 ‘21세기에나 가능할 것 같다. 14좌 완등보다 이 하나를 등정한 것이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해 유명세를 탔다. 메스너 다음으로 14좌를 완등한 폴란드의 전설적인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 또한 로체남벽을 꿈꿨고, 결국 그 거벽의 해발 8,350m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로체남벽이 유독 힘든 건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자 마자 거의 직벽으로 3,000m 이상의 높이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홍성택 대장이 3,000m 이상 수직으로 올라야 하는 로체남벽의 경사 면을 설명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홍성택 대장이 3,000m 이상 수직으로 올라야 하는 로체남벽의 경사 면을 설명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그의 로체남벽 도전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1999년 처음 실패의 쓰라린 맛을 봤음에도 미련스럽게 계속 도전하는 것. 2007년 두 번째 도전했었고,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3년 연속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작년엔 8,200m까지 올랐다가 300m를 남겨놓고 결국 눈물의 철수를 해야 했다. 그는 “잇단 실패를 겪으며 로체남벽은 내게 성배이자 사명이 됐다”고 했다.

네 번을 실패하다 보니 주변의 후원 손길도 많이 줄었다. “왜 자꾸 실패를 하면서도 가느냐고 하는데, 도전 자체가 결국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본다. 사업이나 경제도 실패했다고 포기하면 성장이 멈추지 않겠는가. 등반도 마찬가지다. 포기하지 않는 게 최고의 전략이다. 또 이제껏 실패가 정보로 축적됐다. 결국 실패는 시련이 아니라 성공으로 승화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켜봐 달라.”

이번 도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후원을 한다. 촬영팀이 함께 가 등정 전반을 영상으로 남기고 SNS를 통한 생중계도 계획하고 있다.

다른 유명 산악인들처럼 봉우리 숫자 늘리기에 나서지 않고 미답의 난코스에만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에 올랐을 때 탐험의 진정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이 밟은 곳을 또 오르는 건 같은 경험을 추가하는 것뿐이다. 단순히 몇 개 봉우리의 경쟁은 의미 없다. 얼마만큼 의미 있는 루트로 가치 있는 등반을 하느냐, 새롭고 창조적인 루트를 만들어 내느냐가 등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도전은 한국인 동행 대원 없이 네팔 현지의 셰르파들의 도움만 받아 이뤄진다. “행정대원만 한 명 따라 온다. 지난 6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함께 등정에 참여할 셰르파들을 면접해 팀을 꾸렸다. 셰르파들에게도 로체남벽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단순히 짐 나르는 셰르파가 아닌 같은 대원이라 여기고 함께 등정에 나설 계획이다. 내가 앞장 서 줄을 깔고 그들을 따라오게 할 것이다.”

난코스의 등반, 안전이 관건이다. 그는 이제껏 자신이 대장으로 참여한 등반 등에선 대원이 죽거나 다친 적이 없다고 했다. “등반에 성공하더라도 사고가 났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건 자랑거리가 못 된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도 얼마만큼 안전하게 등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때론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산은 계속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