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착안한 이벤트를 기획했다가 “성범죄를 희화화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바일 게임 ‘포켓몬GO’를 본뜬 ‘몰카범 잡GO’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이 행사는 관내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에 붙어 있는 가상의 몰카 범죄자(5명) 스티커를 찾는 게임으로 이 스티커를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범죄자 검거 완료’라는 댓글을 작성하면 영화관람권 등 경품을 증정한다는 포상도 내걸었다. 관악서 관계자는 “여성의 신체를 은밀히 촬영하는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면 피해 당사자 및 목격자의 신고가 필수인 만큼 네티즌의 관심을 독려하고 범죄자들에게는 경각심을 줄 목적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시민들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경찰이 설정한 범죄자 캐릭터가 문제가 됐다. 5개 캐릭터 중 ‘꽃미남 유학파’로 묘사된 ‘John 잘’은 ‘정말 잘생겼다’를 의미하는 속어로 네티즌은 이런 표현 자체가 몰카 범죄를 미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성범죄를 한낱 게임으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대학생 김모(27)씨는 “몰카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감안할 때 경찰이 과연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살인, 음주운전에도 이런 이벤트를 열 수 있나” 등 비난 댓글이 폭주하자 관악서는 19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관악서 관계자는 “몰카 범죄를 주제로 한 행사에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분명한 잘못”이라며 “앞으로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세심한 치안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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