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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는 어떻게 ‘단거리’를 지배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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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는 어떻게 ‘단거리’를 지배하게 됐나

입력
2016.08.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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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인 힘과 유연성에 기술적 선순환 구조

우사인 볼트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78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사인 볼트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78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자메이카가 리우 올림픽 육상 단거리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볼트가 남자 100m와 200m를 석권한 가운데 여자부에서는 일레인 톰슨(24)이 100m, 200m 우승을 차지하며 단거리 여제로 떠올랐다. 20일(한국시간) 열리는 남녀 400m 계주 결선에서도 자메이카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우사인 볼트(30)의 나라 자메이카는 어떻게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단거리 종목을 지배하게 됐을 까. 육상 단거리 종목은 오랜 기간 미국이 싹쓸이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 ‘자메이카 천하’가 됐다. 인구 295만명의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의 이 같은 성장은 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과제였다. 연구진들은 자메이카 육상의 단거리 제패 요인으로 타고난 신체와 후천적인 노력을 꼽는다.

영국 식민 지배 시절이던 1600년대 중반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자메이카로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대거 유입된 게 1차 요인으로 꼽힌다. 2009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이 자메이카 육상선수 200여명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메이카엔 근육의 빠른 수축과 이완 작용을 돕는 유전자 유형을 지닌 선수가 많다.

특히 근육 구조를 강화하는 ACTN3 유전자 가운데서도 자메이카 육상 선수의 75%가 이 ACTN3 유전자가 ‘CC형’ 타입이었다는 것. CC형 타입은 순발력을 낼 수 있도록 내부 근육의 구조를 강화하는 ‘알파-악티닌-3(alpha-actinin-3)’이라는 특수 단백질을 쉽게 만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아프리카 선수들에게도 이 유전자 타입이 자주 발견된다. 반면 단거리에 유독 약한 호주 육상선수 중엔 약 30%만이 유전자 타입을 지녔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은 2014년 “자메이카 어린이들이 유럽 아동보다 완벽하게 다리 대칭을 이루고 있다”며 “좌우 무릎 균형이 좋아 육상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차 요인은 인재들의 자국 귀환 이후 갖춰진 육성 시스템이다. 자메이카가 육상 단거리 최강국으로 떠오른 건 2000년대지만 인재 유출만 없었다면 훨씬 전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린퍼드 크리스티(56·영국)를 비롯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100m 우승자 도너번 베일리(49·캐나다), 도핑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던 칼 루이스(55·미국), 벤 존슨(55·캐나다) 등이 자메이카 출신들이다.

이처럼 육상 유망주들이 해외유학을 가 눌러앉는 일들이 많아지자 1960년대 미국서 육상 유학을 한 데니스 존슨(77)이 자메이카로 돌아와 수도 킹스턴에 단거리 선수 육성학교인 2년제 육상전문대학을 세웠다. 현재는 4년제 자메이카 공대로 성장한 이 학교에서 볼트와 톰슨이 배출됐다. 이 곳에선 지금도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들이 제2의 볼트, 제2의 톰슨을 꿈꾸며 집중 훈련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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